다음달 시행을 앞둔 초등학교 1·2학년 방과후 영어교육 금지에 대한 논란이 설 명절 연휴 이후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초등 1·2학년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정책 철회 요구가 빗발치고 있고 정치권에서도 오는 6월 지방선거·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쟁점화를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법 개정안도 이미 발의됐다. 교육부는 여론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 회의는 열었지만…좌불안석 교육부
15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 12일 밤 박춘란 차관 주재로 초등 1·2학년 방과후 영어교육 금지 등과 관련한 회의를 2시간 동안 진행했다. 회의에서는 초등 1·2학년 영어 금지에 따른 방과후 대체 프로그램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박 차관은 "학교에서 교육과정이 충실하게 운영되도록 지원하고 영어교육이 일선 현장에서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 결정된 정책이 현장에서 혼란없이 잘 정착되도록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앞서 김상곤 교육부 장관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저학년 초등학교 영어 수업 금지 원칙은 손 댈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교육계에서는 교육부가 설을 앞두고 초등 1·2학년 방과후 영어 금지 등과 관련한 논의를 한 것은 어린이집·유치원 방과후 영어 금지 결정을 보류한 이후 초등 1·2학년 학부모들의 이른바 영어교육 공백 우려를 의식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교육부 한 관계자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가 여론의 반발에 부딪혀 유보되지 않았느냐"며 " 영어 조기교육 금지에 대한 명분이 사실상 사라졌다"고 말했다.
◇ 영어금지 철회 요구 빗발쳐…설 이후 논란 확대될듯
교육부가 초등 1·2학년 방과후 영어교육 금지와 관련해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은 거세지는 반대 여론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이날 현재까지 초등 1·2학년 방과후 영어 수업 금지 정책을 비판하거나 정책을 철회해 달라는 게시물이 270건 올라와 있다. 한 누리꾼은 "초등 1·2학년만 피해를 봐야만 하느냐"며 "영어수업 금지 조치는 오히려 학부모들을 학원·개인교습소 등 사교육 시장으로 내모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학부모들은 이미 교육부가 수차례 정책을 뒤집은 사례가 있지 않느냐며 초등 1·2학년 방과후 영어 교육도 의견을 수렴해 철회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미 관련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조훈현 의원은 지난달 31일 초등 1·2학년의 방과후 영어 수업을 허용토록 한 공교육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규제에 관한 특별법(공교육정상화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조 의원은 "방과후 학교는 학원보다 저렴해 경제력이 충분하지 않은 학생에게도 영어교육 기회를 제공한다"며 "영어교육금지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행 공교육정상화법은 학교에서 국가 교육과정을 앞서는 선행학습을 금지하고 있다. 초등학교에서는 교육과정에 따라 3학년부터 영어를 가르치기 때문에 1·2학년은 방과후에도 영어수업을 할 수 없다. 정부는 공교육정상화법이 제정된 지난 2014년 초등학교 학부모들의 반발로 올해 2월28일까지 법 시행을 유예했다. 전문가들은 교육 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도가 높지 않다며 논란을 줄이려면 지금이라도 교육부가 정규 영어교육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전략을 제시해야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