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규모의 굵직한 과학 대회를 휩쓴 작은 학교가 있다. 전교생이 70명에 불과한 경기 포천 영중초등학교다. 지난달, 지역 예선을 통과한 초·중·고 학생 1000여 명이 참여한 제4회 국제수리과학창의대회 초등부 메카트로닉스(기계·전자 시스템 설계·제작) 부문에서 1·2·4위에 올랐다. 2016년 1·3·4위, 2017년 2·3·4위를 차지한 데 이은 쾌거다. 지도 교사인 전영모 선생님의 창의적 교육법을 배우기 위해 중국과 태국 교육청 관계자들이 학교를 방문할 정도로 영중초 과학 교육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15일 올해 수상자 6명의 학생과 전 선생님을 영중초에서 만났다. 

"신나게 놀다 보면 과학 원리가 보여요"
이번 대회 메카트로닉스 부문 미션은 2인 1조로 자동차 로봇을 만들어, 주어진 코스를 빨리 통과하는 것이었다. 이동 경로 중간에는 사막, 암석 등 장애물이 있었다. 여섯 명의 꼬마 과학자들은 "평소 학교에서 과학 교구를 가지고 놀던 대로 즐기면서 참여했다"고 입을 모았다.
전 선생님의 교실에는 4D 프레임, 레고, 드론, 태블릿 PC 등 다양한 종류의 기기가 갖춰져 있다. 교실은 늘 열려 있다. 아침 수업 전, 점심시간, 방과 후 등 아무 때나 들를 수 있다. 조금이라도 더 놀려고 한 시간 일찍 등교하는 학생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좋다. 놀면서 발견한 과학 원리들은 영중초 학생들만의 수상 노하우가 됐다. 

"쉬는 시간마다 친구들이랑 메카트로닉스 자동차를 만들고 놀았어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어떤 장애물을 만나도 잘 굴러가는 바퀴 크기를 알아냈죠. 앞바퀴가 작아야 방향 전환이 잘 되고 속도도 빨라져요. 뒷바퀴는 더 커야 힘을 받아서 앞으로 나갈 수 있죠. 실험 결과 앞바퀴는 11㎝, 뒷바퀴는 14㎝가 딱이었어요." 금상을 받은 박현수(4학년) 군이 신이 나서 말했다.
전 선생님은 "특별한 사교육 없이도 상을 휩쓰는 이유는 공부를 놀이처럼 즐긴 덕분"이라고 했다. "공부를 즐기는 사람은 아무도 이길 수 없어요. 창의력도 쑥쑥 자라납니다. 교사의 역할은 그저 끊임없이 질문하고, 아이들이 문제에 부딪혔을 때 힌트를 주는 것뿐이에요."

선생님 설명이 없는 교실
전 선생님은 15년째 초등학교에서 방과 후 창의 과학 수업인 무한 창조 교실과 매주 토요일 열리는 창의박사 꿈의학교 등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다. 2~3시간 동안 드론·레고·코딩 등 다양한 주제로 수업을 한다. 2014년 부임한 영중초에서는 5년째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이 수업에는 선생님의 설명이 없다. 설명서도 없다. 처음 소개하는 과학 교구도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원리가 무엇인지 밝히지 않는다. 전 선생님은 "혼자 충분히 생각해본 뒤에 설명서를 읽으면 이해도가 높아진다. 친구들과 생각을 나누며 배우기도 한다"고 말했다.

권혁환(5학년) 군은 "예전에 선생님들께 질문을 하면 대부분 정답을 말씀해 주셨다. 하지만 전영모 선생님은 뭘 물어도 네 생각을 적어보라고만 하신다"고 말했다. "처음엔 당황스러웠죠. 하지만 한 학기가 지나니까 익숙해지고 스스로 배워가는 재미가 생겼어요."
이 외에도 국어·미술·사회 등 전 선생님은 모든 수업을 토론으로 진행한다. 처음에는 학생들이 수업 내내 어색해한다. 하지만 한 학기만 지나면 매 수업 시간이 발표와 토론을 하는 아이들의 목소리로 떠들썩해진다.
전 선생님은 "이번에 은상을 받은 종혁(6학년)이는 지난 학기 전학 왔을 때 정말 조용하고 말이 없었다. 심지어 과학을 싫어하는 아이였다"고 말했다. "어느 순간 드론에 재미를 붙이더니 두각을 나타냈어요. 집에 가서도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공부했대요. 한 학기가 지난 지금은 전교에서 드론을 제일 잘 다뤄 친구들에게 설명해 줄 정도가 됐죠. 아이들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걸 매번 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