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정상적으로 학기를 시작하지 못한 올해 고3의 수시 준비가 막막합니다. 사상 초유의 개학 연기에 이어 개학 일정이 잇따라 번복되는 혼란 속에서 반쪽짜리 온라인 개학으로 학기를 시작한 탓에 고3은 수시에 반영되는 마지막 학기임에도 불구하고 교과, 비교과 할 것 없이 학생부에 글자 하나 보태기가 어려웠습니다. 등교 개학 이후에도 중간고사와 6월 수능 모의평가, 기말고사 등 시험 일정이 줄줄이 이어져 부족한 학생부를 만회할 여력이 있을지 걱정입니다. 

하지만 푸념이나 좌절만 하고 있어서는 대안이 없습니다. 어려운 상황임은 분명하지만 이 순간에도 남들보다 앞서 나가기 위해 자신만의 길을 찾는 수험생들은 있기 마련입니다. 오늘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나름대로 비교과 활동 계획을 세워 실천하려는 수험생들의 실제 사례를 가져왔습니다. 당장은 눈앞에 닥친 중간고사가 가장 중요하지만, 중간고사 이후에도 1학기는 이어집니다. 현재 자신에게 주어진 여건 안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세요.

○ 막막한 3학년 비교과 활동, 주제‧형식 제한 없는 자율동아리가 대안

고3의 등교 개학 전후로 자율동아리 개설 및 가입절차를 마무리 지은 학교들이 있습니다. 활동 주제나 형식에 크게 구애를 받지 않는 자율동아리는 일분일초가 금쪽같은 이번 학기 고3들에게 정규 동아리보다도 오히려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서울 광역자사고에 다니는 수험생 A는 자율동아리 활동에 관심을 갖는 친구들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주도적으로 ‘융합과학동아리’를 개설해 부원을 모집했습니다. 중간고사 이후에는 동아리원들과 함께 각자 희망 전공과 관련한 보고서를 써 보고, 관심 있는 과학실험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공유할 계획입니다. 전공적합성을 보여줄 활동을 기획하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이러한 동아리활동은 기계공학과 진학을 희망하는 A의 학생부나 자기소개서 작성에 도움이 되겠지요?

물론 워낙 정신없는 일정 탓에 신청 시기를 놓쳐서 자율동아리 개설을 하지 못했거나 원하는 동아리에 들어가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이때 무조건 포기하지 말고 담임교사나 진로 담당 교사와 동아리활동 혹은 진로활동 관련 기록을 채울 수 있는 다른 대안이 있는지 상의해보길 바랍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다소 특수한 상황인 만큼 교사들도 최대한 학생에게 도움이 되는 방안을 찾아주려 할 것입니다.

서울 일반고에 다니는 수험생 B는 경영학과 진학을 희망해 이와 관련된 자율동아리를 개설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자율동아리를 함께 할 친구들과 원하는 학과와 주제가 일치하지 않아 폭넓게 다양한 주제로 토론을 진행하는 ‘자유주제 토론동아리’를 개설했습니다. 각자 차례대로 원하는 주제로 토론을 하기로 하고, 자신의 차례가 오면 경영과 관련 주제로 토론을 진행하기로 계획한 것이지요.

생명‧환경계열 진학을 희망하는 또 다른 일반고 수험생 C는 원하는 자율동아리를 아예 개설하지 못했습니다. 이에 C는 생명‧환경 분야와 관련이 깊은 ‘침묵의 봄’이라는 도서를 읽고 난 후 본인의 견해를 작성해 담임교사에게 제출할 계획입니다. 사정상 동아리를 만들지 못했다 하더라도 담임교사나 과목 담당 교사와 상의해 자신의 진로 분야에 대한 관심과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면 길은 있습니다.

○ ‘이 시국에’ 교내 프로그램? 바쁘니까 패스? 최소 하나 이상은 하자

스스로 나서서 무언가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학교에서 실시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활동이 될 겁니다. 어려운 여건이지만 학교도 재학생의 다채로운 학생부를 위해 최대한 다양하고 의미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서울 강서구의 A 고교는 ‘2020 창의융합인재(STEAM)’라는 명칭의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개인 혹은 단체로 참가할 수 있으며, 교과 교사와 협력해서 동영상, 통계자료, 논문 등을 연구해 발표하는 자리입니다. 교과 교사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주제 선정이나 자료 수집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훨씬 줄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이미 형식이나 틀이 짜인 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은 본인이 무언가를 직접 기획하는 것보다 적은 시간과 노력으로 좋은 결과와 기록을 남길 수 있습니다.

자신이 희망하는 주제로 자유롭게 보고서를 작성‧제출하는 ‘온라인 과학축제’를 진행한 고교 B도 있습니다. 도서와 RISS(학술연구정보서비스), 과학 관련 사이트를 참고해 기존 자료를 정리하고 자신의 견해를 덧붙여 보고서만 작성해도 전공적합성을 보여주는 비교과 기록과 자기소개서 소재를 만들 수 있는 것이지요. 특히 생명 분야나 의학 관련 분야를 지망하는 학생이라면 최근 코로나19 문제가 심각한 상황을 반영해 △사스, 메르스, 코로나19(C0VID-19) 등의 사례를 통한 차기 전염병 대비책 △국내 기업이 개발한 진단키트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이유 △코로나19(COVID-19)가 신체에 끼치는 영향 등을 주제로 접근해 보면 더욱 좋겠지요.

물론 무조건 교내 프로그램이나 대회에 참여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3학년 1학기 내신을 결정할 시험일정이 매우 촉박한 상황이라면 수업시간을 전후로 진행되는 교과 수행평가 준비만 성실히 하여도 학생부 교과 항목의 세부능력특기사항을 잘 채울 수 있습니다.

○ 내가 포기하면, 결국 합격 기회는 남에게 간다

사상 유례가 없는 올해 대입 현실에서 고3 수험생이 어려운 상황임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혼란스러운 현실을 고민만 해선 답을 찾을 수 없습니다. 수시 준비가 불리하다고 포기하고, 비교과 활동을 챙길 시간이 없다고 다 내려놓고 수능 준비만 하다가 어쩔 수 없이 재수를 하게 되는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미리 준비를 해야 합니다. 적은 시간을 활용해서 최소한의 비교과 활동이라도 챙긴다면 기회는 분명 옵니다.

입시는 상황이 혼란스러울 때 오히려 합격 변수가 많아진다는 점, 포기하고 집중하지 못하면 어부지리(漁父之利)로 그 기회가 남에게로 간다는 것을 머리에 새기면서, 1분1초를 소중하게 보내는 수험생이 되길 바랍니다.  

출처: 에듀동아(http://edu.donga.com/?p=article;ps=view;at_no=20200603094735885128;titleGbn=;pag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