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DB 

미래 산업사회에서는 문․이과 구분이 없는 창의융합형 인재의 육성이 필요하다는 배경에서 도입된 2015 개정 교육과정을 적용 받는 올해 고3에게 있어 아직 그 영향력은 미흡하다. 도입 취지가 무색하게도 대입에서 여전히 인문계열과 자연계열을 구분해 선발하는 모집단위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의학계열(의예․치예․한의예)은 직업의 특성상 계열과 상관없이 많은 학생들에게 선호가 가장 높은 모집단위이지만 자연계열을 중심으로 학생을 선발해 왔으며, 이는 2021학년도 대입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1학년도 수시에서 인문계열 학생에게 문호를 개방한 의·치·​한 모집단위가 있다. 의학계열에 관심이 있는 인문계열 수험생이라면 주목하자.

○ 의·치·한 수시 선발인원의 ‘10％’, 인문계열에도 희망은 있다

2021학년도 수시모집에서 의․치․한 모집단위의 선발인원(정원 내 일반전형 기준)은 총 2592명이다. 이 가운데 10％, 259명은 인문계열 수험생의 지원을 허용한다. 여기서 말하는 인문계열 학생의 지원이 가능한 기준은 수능최저학력기준에서 ‘수학 가형, 과학탐구’ 과목을 조건으로 지정하지 않은 선발인원이다.  

특히 의․치․한 모집단위 중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은 한의예과다. 259명을 학과별로 구분해보면 의예과 92명, 치의예과 2명, 한의예과 165명으로 한의예과의 선발비중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 한의예과는 총 10개 대학에서 165명을 선발한다.

[표] 2021학년도 한의예과 인문계열 선발 대학 및 모집인원

자료: 대학별 수시 모집요강(정원 내/일반전형 기준, 2020.06.02 확인)

반면 의예과와 치의예과는 선택의 폭이 제한적이다. 의예과 모집단위에서 인문계열 학생을 선발하는 대학은 고신대와 순천향대, 2개 대학으로 고신대는 학생부교과 일반고전형과 지역인재전형으로 계열 구분 없이 총 50명의 학생을 선발한다. 순천향대도 계열 구분 없이 총 42명을 학생부교과 일반학생 및 지역인재전형으로 선발한다. 두 대학 모두 인문, 자연 계열의 구분 없이 통합 선발을 하나, 수능최저학력기준을 계열에 따라 다르게 설정하고 있어 계열별 수능최저학력기준 충족 가능여부를 꼭 살펴보아야 한다.

치의학과에서는 원광대가 학생부종합전형으로 2명을 선발한다.

○ 수능 최저 없는 학생부 위주 전형이 기회?

앞서 살펴본 대학은 인문계열 학생 지원이 가능하지만 수능최저학력기준이 설정돼 있는 대학 및 모집단위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간 수능최저학력기준 완화 기조가 이어지면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지 않는 수시 전형이 늘고 있다. 이러한 환경 변화는 학생부 위주 전형의 선발인원 증가와 맞물려 인문계열 수험생에게 의학계열 진학의 또 다른 기회가 되고 있다.

건양대 지역인재전형(교과) 전형은 2020학년도에 신설되어 의학과 학생을 선발하기 시작하였다. 학생부교과전형임에도 불구하고 수능최저학력기준이 없는 이 전형은 ‘과학교과 중 학년/학기 구분 없이 최고 8개 과목 이수(또는 과학교과 이수단위 80이상)’라는 조건만 충족한다면 인문계열 수험생이라도 지원이 가능하다. 다만, 매력적인 조건 만큼 합격 문턱도 높아 교과 성적이 ‘매우 우수’해야 합격을 내다볼 수 있다. 2020학년도 입시결과에 따르면, 합격자 교과 평균 등급이 1.04, 최저 등급은 1.12 수준이다.

수능최저학력기준 없는 학생부종합전형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의대는 가톨릭대 가톨릭지도자추천전형을 비롯하여 한양대 학생부종합전형(일반)까지 12개 대학이, 치대는 경희대, 서울대, 연세대에서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설정하지 않고 학생부종합전형으로 학생을 선발하고 있다. 특히 계열에 따른 지원 제한을 두고 있지 않아 인문계열 학생들 중 의학 및 치의학과에 관심 있는 학생이라면 지원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의학계열을 지망하는 다수의 자연계열 수험생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합격률을 높게 점치긴 어렵다. 인문계열 수험생의 경우 의학계열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 자체가 자연계열 학생들에 비하여 부족하기 때문. 따라서 인문계열임에도 불구하고 의학계열에 지원하는 본인만의 강점이 매우 두드러진 경우, 즉 인문계열로서 가진 환경적 여건을 극복하기 위해 해 온 노력과 그 결과물이 매우 뛰어난 경우에 한해 총 6개의 수시 지원 카드 중 하나로 고려해 보는 것이 적당하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학생부종합전형을 희망하는 인문계 학생이라면 자신이 의치한 모집단위에 대한 종합적인 역량과 특성이 있고, 대학 과정을 따라갈 수 있다는 확신이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면서 “스스로 생각할 때 자연계열 학생들에 비하여 과학 교과 이수, 관심 분야 관련 활동, 수학 교과에 대한 역량 등에서 부족한 경쟁력을 극복할 수 있는 역량이 보이지 않는다면 대학에서도 학생에 대한 확신을 갖기 어려울 것”이라고 조언했다.

[표] 2021학년도 수시 학생부종합전형 중 수능 최저 없는 의·치예과 ​모집단위

 
자료: 대학별 수시 모집요강(정원 내/일반전형 기준, 2020.06.02 확인)​

출처: 에듀동아(http://edu.donga.com/?p=article;ps=view;at_no=202006081056062327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