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DB

지난 18일 실시된 6월 수능 모의평가는 수험생에겐 새로운 문제 유형의 학습, 취약단원의 점검, 자신의 학업 능력 및 위치 진단, 앞으로의 학습 계획 수립 등을 실행하는 근거가 되는 시험이었다. 동시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겐 2021학년도 수능 응시 예정자의 학력 수준을 파악하여 12월 수능에서 적정 난이도가 유지되도록 하기 위한 ‘리허설’이었다. 

특히 이번 모의평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두 달 넘게 등교수업을 못 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가운데 치러진 것이어서 더욱 중요한 시험이었다. 제대로 등교 수업을 하지 못한 올해 고3이 학습량이나 수준에서 N수생보다 불리할 것이란 여론이 비등했고, 이에 교육부와 각 대학이 구제책을 마련하고 있는 상황.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또한 이번 시험을 통해 수험생의 수준을 파악하고, 이에 근거해 수능의 난이도를 조정하려 할 것이다.

과거보다 고3과 N수생의 성적 격차가 얼마나 더 벌어졌느냐가 이번 6월 모의평가의 첨예한 관심사로 떠오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6월 모의평가에서 고3과 N수생의 격차가 전년도 대비 더 벌어졌는지, 난이도에 따른 성적 격차 양상은 어떠한지 등 결과값에 따라 올해 수능의 난이도가 조정될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에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에서 지난해 6월 모의평가 가채점 결과와 올해 6월 모의평가 가채점 결과를 비교하여 간략하게나마 두 집단의 성적 격차 변화를 조사했다. 시험 당일 일정 시각까지 유웨이닷컴 홈페이지에 가채점 결과를 입력한 수험생 1000여 명을 고3 학생(79％)과 N수생(21％)으로 나누어 지난해와 올해 비슷한 비율로 추출하고 각각 집단별로 성적을 산출하여 비교했다.

사실 두 집단의 격차는 성적대마다, 영역마다 다른 것이어서 일률적으로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이번 조사 역시 동일 집단에 의한 비교가 아니기 때문에 한계는 있다. 그러나 같은 기준으로 비교해보면 응시집단 간 성적 격차의 흐름 정도는 알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어려우면 N수생이 유리? 성적 격차 보니 ‘NO’

우선 2020학년도와 2021학년도의 6월 모의평가 등급컷(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 추정)의 양상을 보자. 등급컷의 양상을 보면 2021학년도 6월 모의평가가 2020학년도 6월 모의평가보다 국어, 수학 나형에서 쉬웠음을 알 수 있다. 수학 가형은 올해가 다소 어려웠다. 가채점 결과 과목별 평균 점수도 2020학년도 6월은 △국어 55.1점 △수학 가형 55.6점 △수학 나형 43.0점으로 나타났고, 2021학년도 6월은 △국어 56.5점 △수학 가형 49.4점 △수학 나형 46.8점으로 집계돼, 국어와 수학 나는 쉽게, 수학 가는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적으로 문제가 쉬우면 재학생과 N수생의 격차가 줄고, 어려우면 격차가 벌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간 본 연구소의 분석이나 교육부의 분석은 그렇게 특정 지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성적대별로, 과목별로 다른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번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의 가채점 분석에서도 난이도에 따라 재학생과 N수생의 유‧불리를 단정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이 나타났다. 지난해보다 쉬웠던 국어에서는 평균 백분위 차이가 7.69에서 8.34로 벌어졌으나 어려웠던 수학 가형은 9.36에서 9.2로 좁아졌고 쉬웠던 수학 나형은 9.06에서 9.56으로 다시 벌어졌다. 즉, 쉬웠던 국어와 수학 나형에서는 격차가 벌어졌고 어려웠던 수학 가형에서는 격차가 좁아졌다. 등급의 경우는 거의 차이가 없었으나, 영어에서는 차이가 벌어졌다. 영어의 경우도 지난해보다는 올해가 다소 쉽게 출제된 것으로 나타났었다.

○ N수생, 예상만큼 세지 않다?
 

이와 같은 분석 결과는 등교 수업을 못 하는 상황에서 고3 학생들의 학력 저하가 일어나 상대적으로 등원 수업을 한 N수생들에 비해 불리하여 격차가 더 크게 벌어졌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소 다른 것이다. 이는 두 가지의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 

하나는 고3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인터넷 강의나 사교육을 통해 수능 준비를 했을 가능성, 다른 하나는 N수생들의 실력도 지난해에 비해 다소 낮을 가능성이다. 즉, 지난해에 학령인구 감소로 상당수의 상위권 수험생들이 대학에 입학하여 N수생들의 실력도 고3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동반 하락하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번 분석에서 고3 학생들의 학습량이 적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어려운 시험에서는 같이 성적이 하락하고 쉬운 시험에서는 학습량이 다소 많은 N수생들이 조금 더 득점을 한 결과, 미세하나마 격차가 벌어진 것으로 보이기 때문. 이번 분석 대상인 중상위권, 중위권에서 그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반드시 수능을 쉽게 내야 한다는 근거는 되지 못한다. 올해 수능이 쉬워질 수 있다고 예측하는 배경은 올해 고3과 N수생 사이의 학력 격차를 완화할 필요성이 거론되기 때문인데 이번 분석에선 쉬운 시험이라고 해서 그 격차가 줄어들지 않았다. 즉, 쉬운 시험이 N수생에 더 유리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단, 지금까지 분석한 결과는 내달 9일 발표될 실채점 결과와 다를 수 있고, 반수생이 가세하는 9월 모의평가나 실제 수능에서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밝혀둔다. 

출처: 에듀동아(http://edu.donga.com/?p=article;ps=view;at_no=20200623165250709343;titleGbn=;pag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