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DB

최근 몇 년 사이 수도권 외 지역 대학을 중심으로 ‘지역인재전형’의 규모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각 지역 우수인재의 지역 이탈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2014년부터 도입된 지역인재전형은 말 그대로 대학들이 해당 지역 학생들을 일정 비율 이상 선발하는 전형을 의미한다. 수시와 정시 모두에서 실시되는 지역인재전형은 해가 거듭될수록 선발 규모가 커지고 있어, 지역 거주 학생이라면 한 번쯤 진지하게 이를 활용한 대입 전략 수립을 고민해볼 만하다. 

특히 현 고등학교 1~2학년의 경우 지속적인 학령인구 감소에 비해 전체 대입 모집인원은 과거와 큰 차이가 없으며 오히려 지역인재전형은 선발 비중이 확대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지역 거주 학생들만이 지원 가능한 이 전형을 통해 폭넓게 수립한 입시 전략이 추후 대입 성공을 견인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꾸준히 증가하는 지역인재전형 선발인원, 22학년도엔 2만명 규모

현 고등학교 2학년에 해당하는 2022학년도 대입에서는 9개 지역 거점 국립대에서만 4,000명이 넘는 인원이 수시 지역인재전형으로 선발된다. 강원대(춘천)와 전남대를 제외한 모든 대학이 일제히 수시 지역인재전형 규모를 확대했는데, 경북대의 경우 300명대의 규모를 유지하던 기존과 달리 2022학년도를 기점으로 수시에서만 532명을 선발하여 전체 대학 중 가장 증가 폭이 크다. 이밖에 부산대(263명→442명), 전북대(233명→384명) 역시 전년도보다 179명, 151명 이상 지역인재전형 규모를 확대했다. 한편 전남대는 2021학년도보다 다소 감소한 인원이긴 하나 2022학년도에도 9개 국립대 중 가장 많은 수인 735명의 인원을 선발하여 지역 거주 학생들을 위한 폭넓은 대입 기회를 마련한다. 

지역 거점 국립대뿐 아니라 지역 일반 국립대 및 사립대 역시 지역인재전형을 운영하고 있으며, 그중 일부는 정시에서도 지역인재를 선발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 지역인재전형 규모는 더욱 커진다. 실제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발표한 2022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에 따르면 수시/정시 모두를 통틀어 총 20,783명이 지역인재전형으로 선발될 예정이다.

이 같은 지역인재전형의 확대는 자연스럽게 해당 지역 거주 학생들에겐 폭넓은 대입 전략 수립을 위한 유용한 카드가 된다. 지역인재전형은 ‘지역 거주자’라는 자격 제한이 있어, 통상의 일반전형보다 상대적으로 지원자 규모 및 경쟁률, 합격컷 등이 낮게 형성되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인이 지역인재전형 지원 자격을 갖추었으며 동시에 거주 지역의 대학 역시 관심 범주에 두고 있다면, 본인의 경쟁력에 맞는 지역인재전형을 해당 대학이 운영하고 있는지 확인하여 이를 적극적으로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지역인재전형 확대 기조는 2023학년도에도 유지될 가능성이 크므로, 고1 학생들 또한 추후 발표되는 2023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안을 주목하자.

○ 의‧치‧한‧수‧약대 노리는 지방 상위권 학생, 지역인재 고려는 필수

지역인재전형을 가장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집단은 소위 ‘의‧치‧한‧수‧약대’로 불리는 최상위 모집단위 진학을 목표로 하는 지역 내 상위권 학생들이다. 이들 모집단위의 경우 대부분의 지역 소재 대학이 일반전형보다 지역인재전형에서 더 많은 인원을 선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 최상위권 모집단위는 전형을 불문하고 대부분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적용되는데, 일부 대학은 일반전형보다 지역인재전형의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1등급 완화해 적용하고 있어 이 경우 상대적으로 수능 최저학력기준 충족에 대한 부담이 덜하다는 것도 학생들에겐 매력적인 지점이다.

2022학년도 지역 거점국립대 의예과 선발을 기준으로 몇 가지 예를 살펴보자. 수시의 경우 강원대는 일반전형(10명)보다 많은 15명을 지역인재전형으로 선발한다. 2021학년도까지만 해도 지역인재전형(교과 15명/종합 30명)과 일반전형(교과 30명/종합 15명)을 동일한 규모로 유지하던 부산대 역시 2022학년도부터는 의예과의 일반전형 학생부종합전형을 폐지하고 대신 지역인재 교과전형을 30명으로 확대한다. 의예과 논술 지역인재전형을 신설하여 20명의 지역 거주 학생들을 선발하는 것도 2022학년도 부산대 의예과 지역인재전형의 특징이다. 전남대, 전북대 역시 일반전형보다 더 큰 규모로 의예과 지역인재전형을 운영한다.

최상위권 모집단위에 대한 지역인재 선발은 정시에서도 두드러진다. 2022학년도 대입의 경우 정시에서 지역인재전형을 실시하는 대학 중 일부는 ‘의‧치‧한‧수‧약대’ 정시 지원에 대해 일반 수능전형보다 많은 숫자를 지역인재전형으로 선발한다. 경상대와 충남대가 대표적이다. 경상대는 2022학년도 기준 정시 수능 일반전형에서 15명, 수능 지역인재전형에서 20명의 의예과 선발인원을 모집한다. 충남대 또한 정시 수능 지역인재전형으로 의예과 26명을 선발하는데, 이는 수능 일반전형 19명보다도 큰 규모이다. 치의예과의 경우 전남대가 일반전형보다 3명 많은 8명을 수능 지역인재전형으로 선발한다. 한편 전북대는 치의예과, 강원대와 충남대는 수의예과에 대해 2022학년도부터 수능 지역인재전형을 신설하여, 수능 일반전형과 별개로 지역 소재 상위권 학생들의 정시 지원 기회를 넓힌다.

2022학년도부터 약대 학부 선발이 실시된다는 점도 지역 거주 최상위권 학생들에겐 지역인재전형을 각별히 고려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이다. 약학전문대학원 체계였던 약학대학이 ‘통합 6년제’로 전환됨에 따라 2022학년도부터 전국 37개 약학대학 중 32개 대학(2020년 6월 기준)이 학부 신입생을 선발하는데, 이 중 16개 지방 소재 대학이 수시/정시 모두에서 지역인재전형을 실시한다. 그 규모도 일반전형 못지않게 큰 편으로, 대부분의 대학이 수시 일반 학생부교과전형이나 학생부종합전형, 정시 일반 수능전형과 유사하거나 더 많은 인원을 지역인재전형으로 선발한다. 예컨대 전남대와 전북대의 경우 일반전형보다 5명, 11명 많은 18명, 15명을 지역인재전형으로 선발, 지역 상위권 학생들의 약대 진학 기회를 넓힌다. 이는 경북대, 경상대도 마찬가지이다. 이처럼 대학 소재지를 기준으로 약대 선발인원을 비교할 경우 지역인재전형의 비중이 수시 각 전형 못지않게 크므로, 해당 지역 상위권 학생이라면 약대 진학을 위한 전략적 카드로 지역인재전형을 활용해볼 수 있다. 

○ 대학을 넘어 취업까지… 지역 공공기업 ‘지역할당제’도 고려해야

혁신도시 특별법 개정에 따라 서울/경기/인천 이외의 지역에 본사를 둔 공기업 및 공공기관은 전체 정원의 24％ 이상을 지역인재로 의무 채용해야 한다(2020년 기준). 이러한 지역인재 할당 비율은 매년 3％씩 올라, 오는 2022년에는 30％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공공기업 취업 시장에서의 지역인재란, 해당 공사가 있는 지역의 대학을 졸업하거나 졸업 예정인 자들을 의미한다. 따라서 대학 진학을 넘어 진로 및 취업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수험생이라면 한 번쯤 진지하게 지역 대학 진학을 고려해볼 만하다. 예를 들어 자신이 문화산업과 관련된 공공기관에서 일하고 싶다면, 해당 기관들이 입주한 지역의 대학을 긍정적으로 검토해볼 수 있다.

이러한 전략적 관점에서 대학 진학을 고민할 경우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지에 있는 것이 해당 지역 거주 학생이다. 만약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에 위치한 지역 공공기업이 관심 진로 및 적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경우, 지역인재전형을 대입의 한 전략으로 적극 활용하여 ‘지역 대학 진학→지역 공공기업 취업’까지의 계획을 수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지역인재전형 대부분 교과전형… 내신 중점 대비, 최저도 충족해야

지역인재전형을 실시하는 대학은 대부분 학생부교과전형 위주로 학생을 선발한다. 2022학년도만 하더라도 전체 20,783명의 지역인재전형 선발인원 중 절반이 넘는 14,040명이 학생부교과전형으로 선발된다. 학생부종합전형(6,289명), 논술전형(20명), 실기/실적 위주 전형(93명), 정시 수능(341명) 등과 비교해도 전형 간 비중에서 학생부교과전형이 월등히 큼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지역인재전형을 염두에 둔 대입 전략을 수립할 경우 ‘꾸준한 내신 성적 관리’를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 이는 비단 지역인재전형만을 위한 자격요건은 아니다. 실제 2022학년도 대입의 경우 주요 상위 대학을 비롯한 많은 대학이 학생부교과전형을 신설하거나 그 규모를 확대한다. 교과 경쟁력은 어느 한 학기 성적만으로 그 결과가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1학년 때부터 축적된 성적으로 형성되는 것이므로, 1~2학년 때부터 체계적으로 내신을 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잊지 말자.

수능 최저학력기준 충족도 지역인재전형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지방 거점국립대만 하더라도 지역인재 학생부교과전형을 운영하는 대학은 모두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한다. 지역인재전형의 수능 최저학력기준은 일반전형과 같거나 한 단계 완화된 경우가 많으므로, 지금부터 틈틈이 수능 대비 학습을 전개한다면 추후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대입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상황을 방지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대로 지역인재전형은 ‘해당 지역 거주자’라는 특정한 지원 자격 제한으로 인해 일반전형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낮은 경쟁률 및 입결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자격 조건에 해당하는 지역 거주 학생이라면 이를 잘 활용할 경우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과 경쟁력을 최대치로 활용한 대입 전략 수립이 가능해진다.

지역인재전형을 활용하기 위해선 지역 소재 대학에 대한 탐색이 우선되어야 한다. 지역 소재 대학은 수도권 대학과는 또 다른 다양한 기회와 가능성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이들 대학에 대한 충분한 탐색 또한 그 자체로 유의미한 진로/적성 탐구 과정이 될 것이다.

출처: 에듀동아(http://edu.donga.com/?p=article;ps=view;at_no=20200626171301396381;titleGbn=;pag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