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9일 열린 제73회 총회에서 수시 비교과 영역 평가기준 개선과 수능 난이도 조정 건의 내용을 담은
2021학년도 대입 및 수능 시행 개선안을 의결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제공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이하 협의회)가 9일 연 총회에서 고3 재학생을 위한 지원방안을 논의하고, 수시 비교과 영역 평가기준 개선과 수능 난이도 조정 건의를 담은 ‘2021학년도 대입 및 수능 시행 개선안’을 통과시켰다.

이 중 눈길을 끄는 건 수능 난이도 조정 건의다. 수시 비교과 영역 평가기준 개선은 각 대학이 코로나19 상황을 반영한 고3 구제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는 흐름과 맥이 닿아있지만 수능 난이도 조정은 전날 6월 모의평가 채점결과를 발표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고려하지 않는 사항이라고 밝힌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기 때문.

총회에 앞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노옥희 울산시교육감, 김승환 전북도교육감 등 일부 시도교육감이 수능 난이도 조정의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해, 협의회의 이번 건의를 계기로 수능 난이도 조정 논의가 재개될지 관심이 쏠린다.

이런 가운데 입시업계에서는 고3 구제책으로 쉬운 수능이 능사는 아니라는 내용의 분석을 최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실제 시험 결과를 분석해보면 쉬운 수능이라고 해서 재수생이 불리하고 재학생이 유리하다는 근거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 “상위 등급 내 재수생 비율, 난이도와 뚜렷한 연관관계 없어”

종로학원하늘교육은 2010학년도부터 10년간의 수능에서 국어, 수학영역 상위 등급(1, 2등급) 내 재수생의 비율을 토대로 수능 난이도에 따른 재수생의 유‧불리를 따졌다. 영역별 표준점수 최고점을 기준으로 수능이 비교적 쉽게 출제된 해와 어렵게 출제된 해를 구분한 다음 각 연도별 상위 등급 내 재수생의 비율 증감을 비교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표준점수 최고점과 상위 등급 내 재수생의 비율을 비교한 것만으로는 수능 난이도와 재수생의 성적 간 유의미한 연관관계를 발견할 수 없었다. 국어영역의 결과를 대표적으로 살펴보면, 최근 10년간 수능에서 표준점수 최고점이 127점에 불과해 가장 쉬웠던 시험으로 평가되는 2013학년도 수능을 기준점으로, 상위 등급 내 재수생의 비율이 2013학년도(19.5％)보다 더 낮아진 해가 다섯 차례 있었다. 그런데 이 다섯 차례 해의 국어영역 표준점수 최고점을 살펴보면 △2010학년도 134점 △2011학년도 140점 △2012학년도 137점 △2016학년도 136점 △2017학년도 139점으로 모두 2013학년도 127점보다 모두 높았다.

상위 등급 내 재수생의 비율이 낮아졌다는 것은 곧 상대적으로 상위 등급 내 재학생의 비율이 늘었다는 뜻이다. 고3 구제책으로 쉬운 수능이 필요하다는 입장에서 보면 이 다섯 차례의 시험이 쉬운 수능에 속했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표준점수 최고점이 상승하는 결과를 보인 것.

반대로 표준점수 최고점이 높은 시험에서 재수생이 불리해진다고 단정하기도 어려웠다. 2014학년도와 2015학년도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각각 131점, 139점으로 모두 2013학년도보다도 높았지만 상위 등급 내 재수생의 비율은 2013학년도의 19.5％보다 높게 나타났다. 표준점수 최고점이 150점으로 최근 10년간 수능 중 가장 어려웠던 2019학년도 수능의 경우에도 상위 등급 내 재수생의 비율이 20.2％로 2013학년도의 19.5％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런 불규칙한 결과는 수학 가형과 나형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수능이 쉽고 어렵게 출제된 것이 특정 집단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단서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결과가 불규칙했기 때문에 수능이 쉽게 출제할 경우 재수생이 불리하고 고3은 유리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면서 “오히려 고3 최상위권의 경우 물수능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학생들이 상당수 발생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 어려운 시험에선 재학생‧재수생 성적 격차 커진다?

과거 수능 결과뿐 아니라 올해 6월 모평 가채점 결과를 지난해 가채점 결과와 비교한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의 분석에서도 시험 난이도에 따른 재학생, 재수생의 유‧불리를 명확하게 확인하기 어려웠다. 이는 6월 모평 직후 재학생과 졸업생의 성적 격차에 관심이 집중된 상황에서 나온 분석으로, 평가원이 채점결과를 발표하기 전임에도 불구하고 쉬운 수능이 재학생에게 유리할 것이란 일반의 인식과는 다른 결과를 보였다.

유웨이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같은 시험보다 쉬웠던 국어와 수학 나형에서 재학생과 재수생 간 평균 백분위 차이는 각각 7.69→8.34, 9.06→9.56으로 벌어지고, 지난해보다 어려웠던 수학 가형에서는 두 집단 간 평균 백분위 차이가 9.36→9.2로 오히려 좁혀진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6월 수능 모의평가는 지난해 같은 시험과 비교해 국어와 수학 나형은 쉬웠고 수학 가형은 어려웠다. 만약 쉬운 수능이 고3에게 유리하다는 전제가 통하려면 국어와 수학 나형의 경우 성적 격차가 줄고, 수학 가형의 경우 성적 격차가 더 벌어졌어야 한다. 하지만 결과는 오히려 그 반대로 나타났던 것.

해당 자료를 분석한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시험 난이도에 따라 유불리를 단정하기 어렵다”면서 “재학생, 졸업생 간 성적 격차는 성적대별로 과목별로 다른 양상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입시업계의 이러한 분석은 수능 난이도에 따른 유‧불리를 바라보는 교육부와 평가원의 시각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지난 5월, 등교 연기 결정 당시 수능 난이도 조정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되자 “수능이 쉽게 출제된다고 해서 고3이 유리하다고 볼 수 없다”며 코로나19로 인해 수능 난이도를 조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8일 6월 모평 채점결과를 공개한 평가원도 고3과 졸업생 간 성적 격차가 예년 수준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면서 난이도 조정 가능성을 일축했다.

출처: 에듀동아(http://edu.donga.com/?p=article;ps=view;at_no=20200710144145668966;titleGbn=;pag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