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DB

대학 관계자가 해마다 읽어내야 하는 자기소개서(자소서)는 산더미 같다. 모든 자소서를 성의 있게 읽어 주리라는 기대는 하지 말아야한다. 그렇다면 노심초사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면서 작성한 자신의 자소서가 처음부터 끝까지 읽게끔 쓰는 게 관건이다. 오랜 기간 필자의 경험에서 걸러진, 잘 ‘읽히는’ 자소서 작성법을 소개한다.  

○ 자신의 핵심 키워드를 먼저 정리하라

자소서를 작성하기 전, 나만의 특장점은 무엇일까를 정리하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 △탐구능력 △집요함 △수학 △리더쉽 등으로 핵심 키워드를 끌어내자. 이는 학생 개개인마다 다르다.

자소서는 자신이 매우 괜찮은 사람임을 일정 분량의 글 안에서 되도록 강력하게 어필하는 글이다. 자소서를 읽고 이 학생이 어떤 특장점이 있는지를 읽는 이가 파악할 수 있어야한다. 자소서 1~3번 공통항목과 대학별 자율문항 4번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핵심 키워드를 중심으로 맥락을 잡고 이를 흐트러뜨리지 말고 일관성 있게 써 나야가야 한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 부분을 가장 어려워한다. 글을 못 써서 자소서를 쓰기 어려워하는 학생들은 없다. 자신의 특장점이 무엇인지를 모른 채로 쓰기 때문에 자소서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자소서 상담할 때 “전 쓸 게 아무것도 없어요”라고 울상을 지으며 시작한 학생 중 100％가 상담 후 돌아갈 때 만면에 웃음을 지었었다. 왜일까. 자신의 특장점을 찾고 나니 자소서 작성의 근간과 자신감을 찾았기 때문이다.

○ 두괄식 작성이 기본, 각 항목의 핵심 주제로 시작하라

자소서 작성의 소재만 잘 찾는다면, 자소서 작성의 기술은 사실 특별할 것이 없다. 본인이 노력한 과정을 써 내려가면 된다.

다만, 이때 학생들이 자주 하는 실수는 있다. 1번 항목 ‘학습경험’의 예를 들면, 수학을 어떻게 공부했다고 과정을 차례로 설명한 뒤에 맨 마지막에 이를 통해 느낀 점으로 마무리하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저는 거북이처럼 공부했습니다’라고 핵심 주제부터 맨 앞줄에 작성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래야 ‘임팩트’를 줄 수 있기 때문. 핵심 주제를 먼저 던져주면, 읽는 이는 ‘이것이 무슨 소리일까’ 궁금증을 갖게 된다. 궁금증이 생겨야 글도 마저 읽게 된다.

○ 대필 자소서는 읽히는 글이 될 수 없다

자소서 대필 문제가 왕왕 문제가 되곤 한다. 그래서 대학에서는 대필 여부를 가려내는 시스템을 활용한다. 그런데 굳이 이러한 시스템에 걸려서 탈락된 사례를 끌어오지 않더라도 내 오랜 경험으로 대필은 ‘읽히는 자소서’가 되기 힘들다.

개개인의 글에는 생각보다 많은 정보가 숨어있다. 고교생이 아닌 성인인 전문가가 써준 자소서는 흥미를 끌지 못한다. 글에서 느껴지는 ‘진정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마음을 담은 인사가 아니라 형식적인 겉치레처럼 느껴진다고나 할까. 신춘문예도 아닌데 굳이 어려운 사자성어나 특이한 경험담, 조숙해 보이는 어휘 등을 쓸 필요가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참기름 바른 듯 매끈히 읽히는 것도 마찬가지. 다소 투박하고 거칠고 앞뒤가 안 맞는 듯해도 그런 어설픔에 학생의 진정성이 더 돋보인다는 대입 자소서의 원칙을 명심하자.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다면, 인터뷰와 학생부 검토 등을 통해 ‘학생의 키워드 잡아주기, 맥락 잡기’ 정도는 필요할 수 있다. 이 부분만 잡히면 자소서 작성은 큰 어려움이 없다.

○ 일필휘지로 써 내려간 자소서가 가장 훌륭하다

자소서를 쓸 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는 학생들은 자소서를 아주 쉽게 단시간에 쓴다. 시간과 노력이 크게 필요하지 않다. 그들은 대학 진학의 목표와 진로 등을 향해 열심히 노력한 결과를 손에 쥐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진학동기와 노력한 경험을 작성하는 자율문항 4번은 준비된 학생과 졸속인 학생을 쉽게 가려내준다. 준비하고 노력한 과정을 작성하면 4번은 쉽게 채울 수 있다. 그러나 자기주도적 능력이 떨어지고 진학 학과를 꿰어 맞추는 학생일수록 자소서 완성 기간은 길어지고 힘들어진다. 고치고 또 고치고를 반복할 뿐이다. 학생부종합전형에 지원하면서 심지어 대학마다 학과를 달리하여 작성할 때 자소서 작성 과정이 가장 험난한 이유다.

출처: 에듀동아(http://edu.donga.com/?p=article;ps=view;at_no=20200727111349631094;titleGbn=;pag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