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DB
 

1학기 기말고사가 끝나면 곧 여름방학이 이어진다.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여름방학 기간이 크게 짧아졌다. 짧게는 8일, 길어도 2주를 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길지 않은 여름방학이지만, 그래도 가장 집중해야 할 것은 수시 자기소개서(자소서)를 작성하는 일이다.  

문제는 많은 수험생이 자소서 쓰기를 어려워한다는 점이다. 본인의 학생부에 담긴 다양한 활동과 이력에서 가장 적절한 소재가 무엇인지 골라내는 것부터 선정한 소재를 각 문항에 맞게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까지 전 과정이 고민이다. 작성법을 모른 채 무작정 쓰다 보니, 한 번 썼던 자소서를 여러 번 고치는 일도 허다하다. 그러나 자소서는 문항별로 묻는 것이 정해져 있다. 핵심 요구사항에 집중하면 문항별로 써야 할 것과 쓰지 말아야 할 것이 명확해진다.

자소서 쓰기를 어려워하는 수험생을 위해 대교협이 정한 자소서 공통문항을 중심으로 수험생이 많이 하는 실수를 짚어보고, 각 문항의 핵심 요구사항을 정리해 소개한다.

수험생이 자소서 작성 시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1번 문항에 대한 답으로 학습방법을 기술한다는 점이다. 특히 내신 경쟁력이 다소 떨어지는 수험생일수록 학습방법을 소재로 자신의 강점과 역량을 설명하는 것이 위험하다. 왜 그럴까.  

보통 사람들이 말하는 ‘똑똑한 사람’은 두 가지 경우다. 첫 번째는 시험을 잘 보는 사람, 다른 말로 지식(정보)의 습득이 빠른 사람이다. 두 번째는 지식을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이다. 여기서 지식의 습득이 빠르다는 것은 시험의 결과, 즉 내신 등급으로도 쉽게 확인된다. 바로 이것이 1번 문항에 대한 답으로 학습방법을 꺼내놓는 것이 위험한 이유다.

평가자는 자소서뿐만 아니라 학생부를 함께 살펴보면서 자소서의 진실성을 평가한다. 평균 내신 1등급 초반의 학생은 어떤 소재를 사용해도 학생부에 기재된 내신 등급이 이야기의 진실성을 뒷받침해줄 수 있다. 반면 낮은 내신 등급의 수험생이 학습방법과 함께 성적 향상을 말한다면 평가자는 이 이야기의 진실성을 어떻게 확인해야 할까. 최소한 학생부에서 극적인 성적 상승이라도 보여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 지속적으로 낮은 등급을 유지한 학생이 자소서에서 학습방법을 논한다면, 아무리 대단한 학습방법을 꺼내놓는다 한들 평가자는 매력적으로 느끼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내신 경쟁력이 다소 부족한 수험생은 지식을 빠르게 습득하는 것과는 다른 영역의 능력을 내보여야 한다. 그래서 활용하는 것이 지식을 심화(확장)하거나 융합시킨 경험이다. 이를 통해 자신이 ‘지식을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지식의 심화(확장)나 융합의 경험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학교에서 배운 교과 지식의 특정 부분을 사회에서 일어나는 실제 사건이나 문제와 연결시켜 이해하면 그것이 심화이고, 융합이다. 예를 들어 경제 과목을 배운다고 가정해보자. 학교에서 배운 경제 지식이 최근에 현실에서 일어난 경제 사건에서 어떻게 작용했고, 또 어떻게 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 이것이 바로 지식의 심화(확장)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깨닫거나 배우고 느낀 점을 적는 것이 자소서 1번 문항인 것이다.

2번 문항의 핵심 키워드는 의미를 두고 노력했던 교내활동이다. 특히 의미를 두고라는 표현에 집중해야 한다. 많은 학생들이 이를 문항 그대로 자신에게 의미 있었던 활동으로 해석한다. 그러나 이처럼 소재 선정의 기준점을 본인에게 두면 1~3번 모든 문항의 답변이 비슷한 이야기로 채워지기 쉽다. 본인에겐 공부하는 것이나 동아리 활동, 봉사활동 등 모두가 의미 있는 일일 수 있기 때문. 그러니 많은 수험생이 1번 문항에 들어가야 할 내용을 2번 문항에 쓰거나 2번 문항에 들어갈 내용을 1번이나 3번 문항에 쓰는 실수를 하곤 한다. 이런 실수를 막으려면 문항이 요구하는 바를 정확히 알고 그에 맞는 답을 내놔야 한다.

2번 문항이 요구하는 바는 바로 ‘진로’이다. 의미를 두고 노력한 교내 활동에서 의미란 진로의 관점에서 의미 있는 활동이다. 즉, 진로를 찾기 위해 학교에서 어떠한 활동과 노력을 했으며, 그 가운데 어떤 방향성을 갖고 성장했는가를 묻는 것이다.

이때 진로에 관한 의미 있는 활동은 다양할 수 있다. 만약 공부와 진로활동, 봉사활동 세 가지 활동이 모두 본인의 진로에 영향을 줬다면 이 모든 활동이 2번 문항의 소재가 될 수 있다. 다만, 1번 문항과의 차이점이 있다면 배우고 느낀 점이다. 예를 들어 수학 학습을 소재로 삼았다고 가정해보자. 여기서 수학 지식의 심화와 융합, 확장 등을 통해 얻은 자신만의 시각 또는 지식의 성장을 이야기한다면 이는 1번 문항에 어울리는 내용이다. 그러나 수학 과목의 특정 부분을 공부하면서 진로의 방향을 찾게 되었다고 이야기하면 이는 2번 문항에 어울리는 내용이 된다.

즉, 2번 문항을 작성할 때는 문항이 요구하는 ‘진로’의 관점에서 소재를 찾는 것과 이를 풀어내는 ‘배우고 느낀 점’의 기준에도 ‘진로’의 관점을 적용하는 것이다.

자소서 1~3번 문항에는 각각의 함정이 있는데, 3번 문항의 경우 많은 학생들이 배려, 나눔, 협력, 갈등관리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자신이 얼마나 착한지를 드러내는 것에 몰두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착하다의 기준은 매우 상대적이다. 집단을 위해 나를 희생하면 착한 것일까? 만약 나를 희생했는데, 그 결과가 좋지 않으면 누군가는 오히려 어리석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그럼 문제를 해결해 모두가 좋은 결과를 얻어가게 만들면 착한 것일까? 그러나 모두를 만족시키는 해결책을 찾기란 어렵다. 내가 이끈 문제의 해결이 누군가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을 지도 모른다. 이처럼 착하다의 기준은 정확하지도 않고 주관적이며 상대적이기도 하다. 그러니 어떤 문제를 완벽히 해결한 결말을 통해 “나는 착하고 뛰어나서 갈등관리를 완벽하게 합니다”란 메시지를 전할 필요가 없다. 이토록 주관적인 서술은 나의 강점을 설명하는 근거로도 설득력이 없다.

바로 여기서 3번 문항의 방점 또한 ‘배우고 느낀 점’에 찍혀 있다는 것을 파악해야 한다. 특히 3번 문항은 다른 문항과 같이 배우고 느낀 점을 물으면서도 1, 2번 문항과 달리 실천한 사례를 요구하고 있다. 즉, 실천 사례를 통해 배우고 느낀 점을 이야기해달라는 뜻이다.

자소서 1번 문항이 학문적 강점을, 2번 문항이 활동 가운데 찾은 미래에 대한 방향성을 묻는다면, 배려, 나눔, 협력, 갈등관리를 예로 들어 배우고 느낀 점을 묻는 3번 문항의 핵심은 본인이 가진 인문학적 소양과 깊이를 드러내는 것이다. 여기서 인문학적 소양이란 배려, 나눔, 협력, 갈등관리를 해결하는 능력이 아닌 그 과정에서 본인이 깨닫고 얻은 가치와 성장의 결과물을 말한다.

사례로 활용된 소재의 결말은 중요하지 않다. 사례에서 언급된 문제는 해결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 갈등관리가 어렵다는 것은 평가자들 또한 충분히 알고 있다. 결국 3번 문항에서 강조해야 할 것은 그 과정에서 본인이 겪은 처절한 고민이다. 그리고 이는 반드시 어른스러운 성장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래야 평가자는 이 지원자는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문제를 통해 배우고 성장하는 힘을 가지고 있구나라고 느낄 수 있다.

출처: 에듀동아(http://edu.donga.com/?p=article;ps=view;at_no=20200731122310243514;titleGbn=;pag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