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반향을 일으켰다. 지난주부터 에듀동아에서 총 3편에 걸쳐 소개된 <대입 승부처 과목? 수학도 영어도 아닌 국어… 초등부터 잡아라> 시리즈 말이다.

(해당 시리즈 기사를 아직 읽지 못한 독자들은 아래 링크를 클릭!)

▶ 수능 수학·영어 4등급 받아도 국어 만점 받으면 의대·서울대 간다고?

▶ “한국어가 제일 어려웠어요” 국어 못하는 이유 따로 있다

▶ 국어, 학습방향부터 바꿔라… 초등 때부터 ‘다양한 읽기 경험’ 중요 

지난 한 주간 기록한 이 시리즈 기사의 높은 조회수가 보여주듯 그간 알게 모르게 국어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던 학생, 학부모들이 많았으리라. 그런데 이런 관심과는 별도로 대입을 아직은 멀찍이 남겨둔 초·중 학부모에겐 기사에 등장한 용어들이 어렵다는 반응도 있었다. 수능 국어의 점수 체계와 문항 구성, 출제경향과 같은 분석이 다소 추상적이고 어렵다는 것. 

그래서! 에듀동아는 기사를 아예 다시 쓰기로 했다. ‘대입 수능’이라는 시험이 손에 닿지 않는 ‘집값’처럼 아직은 멀게만 느껴질지라도 국어 교육이 왜 중요한지는 할아버지, 할머니, 고모부, 외숙모도 반드시 알아야 하기 때문.

앞선 시리즈에서 이렇게 묻는 독자들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아무리 국어공부에 왕도가 없기로서니 세상만사가 다 국어에서 중요하다는 ‘배경지식’인데, 어떻게 키우느냐.’

맞다. “영어 학원을 끊고 학습지를 시작할까” “태권도를 갈까, 피아노를 갈까” “우리 집 옷 방을 없애고 아이 공부방을 만들어줄까” 등의 고민처럼 학습에 있어서도 ‘적절한 타협’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니까.

대다수 학부모들은 요만큼씩 마음에 안 드는 자녀 모습을 발견하지만, 그렇다고 매일 윽박지를 순 없는 노릇이니 적절한 타협책을 찾아 적용하고, 적응하고 있다. 다음과 같이 말이다.

타협은 했지만 여전히 품고 있는 학부모의 바람대로 ①번 학생의 역사 과학 지식은 발전할 수 있고 ②번 학생의 관심사도 확장될 수 있다. 하지만, 몇 년 지나면 ①, ②번 학부모의 고민은 다음과 같은 고민으로 탈바꿈할지도 모른다.

피아노를 보낼지 태권도를 보낼지는 타협해도 되지만 ‘읽기 습관’ 만큼은 타협하지 말아야 할 이유다. 읽기 습관은 학습자가 쌓는 ‘배경지식’과 직결되므로. 

수능 국어영역을 풀기 위해 필요한 ‘배경지식’은 예능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이 밥상을 앞에 놓고 반찬을 하나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 돌아가며 ‘말레이시아의 수도는?’ ‘쿠…, 쿠…, 알~’ ‘땡’ 하는 게임에서 등장하는 지식을 말하는 게 아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국어영역 지문에 등장하는 개념을 이해하기 위한 지식으로 엄밀히 말해 초등학교 때부터 고교 과정까지 배우는 모든 교과지식의 총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이런 ‘배경지식’은 책을 그저 눈으로 보는 단편적인 읽기 습관으로는 쌓을 수 없다.

보다 명확한 이해를 위해 지난 5편에 등장했던 국어 지문 일부를 다시금 살펴보셔야겠다.

자, 수능 국어영역을 치르기 위한 ‘배경지식’이 전무한 학생이 이 문단을 읽는다고 가정해보자. 문장별로 글을 읽으면서 속으로 어떤 생각을 할까? 

‘행정 규제가 법률에 근거해야 된다고? 법률이면 법을 말하는 건가? 국회가 법률을 제정해? 행정부나 지자체 같은 행정 기관도 법을 제정한다고? 법령? 법률이랑 다른 거겠지? 법령을 제정하는 것이 행정입법이라는 말이구나. 근데 이 행정입법에 의한 규제 비중이 커진다고? 드론이랑 행정 규제랑 무슨 상관이 있지? 첨단 기술은 또 뭐고? 아 이것 참 복잡하군.’

에이, 설마 고3 학생이 이런 생각을 하며 글을 읽을까? 하고 묻지 마시라. 한 국어 강사는 “법이나 법령, 법률, 법규 이런 단어가 주는 느낌만 보고 다 뭉뚱그려 ‘법’이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다. 이걸 구분 못하니 전문 용어가 가득한 지문을 읽어낼 수 없다”고 말했다.

배경지식이 전무한 상태에서 이 지문을 읽기 시작한다면 내가 글을 읽는지, 글이 나를 시험하는지 모르는 지경에 이르게 되면서 결국 첫 문단을 읽고 난 뒤 글 읽기를 포기하고 말 것이다.

그런데, 만약 이런 복잡한 생각을 할 필요 없이

국회는 국민을 대표하는 입법부로서 ‘법률’을 제정하고,

정부와 지자체 등 행정부는 권력 분립의 원칙에 따라 입법부와 상호 견제하는 한편,

국회가 제정하는 법률은 행정부가 제정하는 ‘​명령·규칙·조례’​보다 상위법

이라는 사실을 ‘배경지식’으로 아주 완벽히 이해하고 있는 학생이 이 지문을 읽는다면?

‘행정 규제? 당연히 법률에 근거해야지. ‘정치와 법’ 과목에서 배워서 기억나. 행정입법에 의한 행정 규제 비중 커지고 있지. 드론 규제와 관련돼 적극행정으로 혁신하는 게 사례가 될 수 있겠어. 뉴스 기사 통해 봤어. 이 지문은 최근 화두로 떠오른 행정 입법 얘기하려나 보군’

첫 문단을 읽는 것과 동시에 글의 핵심 주제를 꿰뚫어버린 학생과 배경지식이 전무해 초장부터 헤매고 있는 학생의 시험 성적은 ‘하늘과 땅’ 차이일 것이다. 법률과 법령의 차이, 권력 분립의 원칙 등 교과 개념을 빠삭하게 알고 있다면 이 지문 이해가 보다 쉬워진다는 말이다. 이렇듯 국어 지문 이해를 돕는 것이 ‘배경지식’이고 교과지식은 배경지식의 가장 기본이 되는 ‘기초체력’과도 같다.

○ 독해력 키우려면? ‘뒤가 있는 읽기’해야

운동선수가 금메달을 따려면 기초체력만 있어서는 안 되는 법. 특정 운동 종목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특수체력’도 갖춰야 한다. 교과지식이 ‘배경지식’의 기초체력이라면 ‘특수체력’은 뭘까?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 실생활에서 벌어지는 일을 교과와 포개어 학습한 지식’이다.

9월 모의평가 국어영역을 분석했던 종로학원하늘교육은 다른 교육평가업체와 달리 위의 ‘행정 입법’ 지문이 ‘코로나 상황과 연관된 지문’이라는 흥미로운 분석을 내놔 주목 받았다.

‘이게 무슨 코로나가 내일 당장 종식된다는 소리냐’며 콧방귀를 낄지도 모르겠지만, 차근차근 생각해보자. 코로나19 국면에서 정부와 지자체는 주도적으로 감염예방을 위한 방역 의무를 부과하는 제도를 이끌고 있다. 행정 규제를 다루는 위의 지문은 현재의 코로나19 상황과 간접적으로 연계된 지문이라고 할 수 있는 것.

법률, 법령, 삼권분립과 같은 기본 교과지식을 우리 실생활 속 정치, 사회, 경제, 과학 등 각 분야와 포개어 심화 확장하며 공부했던 학생이라면? 즉, 수업시간에 ‘행정 입법’을 배운 뒤 ‘끝!’을 외치는 게 아니라 우리 사회를 강타하는 이슈인 ‘코로나19’에 관심을 가지며 행정기관 중심으로 행해지는 각종 사례들을 뉴스 기사 등으로 읽고, 교과에 대입해 또 다른 읽기 자료를 찾아 읽어보는 등의 ‘뒤가 있는 읽기’를 해온 학생이라면? 이런 지문을 보다 쉽게 이해해 문제도 거침없이 풀어낼 수 있는 것이다.

지난 9월에 모의평가 국어영역에선 코로나19와 관련된 지문이 무려 하나 더 있었다.

‘항미생물 화학제’. 시험장에서 이 용어를 딱 맞닥뜨린 수험생들은 ‘이 지문 어려울 거야’ ‘어렵네’ ‘어렵잖아’하고 겁을 먹으며 하릴없이 읽겠지만 화학 교과와 관련된 배경지식을 갖춘 학생들이라면 충분히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지문이기도 하다.

‘화학 교과 관련 지식’이라는 기초체력에 더해져 ‘특수체력’을 갖춘 프로 수험생이 이 글을 읽었다면 어떻게 될까? 그러니까 평소 아래와 같은 글을 읽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학생이 위 지문을 읽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말이다.

코로나19 이후 마구 쏟아졌던 ‘비누의 계면활성제 성분이 세정효과를 유발한다’는 정보를 전하는 뉴스 기사를 심도 있게 읽었던 학생. 

이를 교과와 연계해 생각해보며 계면활성제가 바이러스의 성분을 변형시켜 감염력을 떨어뜨린다는 사실을 깨달은 학생.

뿐만 아니라 소독제, 감염방지제, 멸균제에 대한 다양한 읽기 자료를 접하며 ‘뒤가 있는 읽기’를 했던 학생이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위의 지문을 더 쉽게 읽어냈을 것이라는 추측은 누구나 할 수 있으리라.

 

교과와 뉴스, 학습과 실생활을 포개어 자기주도적으로 깊이 있게 찾아보고, 스스로 경계를 무너뜨리며 확장하는 ‘읽.기.학.습’. 이 학습 과정을 통해 얻어진 것이 진정한 의미의 ‘배경지식’이다. 교육전문가들은 이런 과정을 꾸준히 반복해온 학생이라면 수능이 제 아무리 어렵게 출제된다 한들 시간 내에 완전히 풀어낼 수 있는 ‘독해 실력’을 갖추게 된다고 설명한다.

백승렬 종로학원 강남본원 국어 강사의 ‘팁’을 소개하며 시리즈를 끝맺는다.

“지식을 언어로서 이해하는 게 국어 과목의 본질이고, 그런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의 평가 목적입니다. 배경지식의 부족함도, 단어의 의미를 잘 모르는 것도 다양한 분야의 글을 읽으면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초등, 중학교 때 읽기를 싫어하는 친구들. 갑자기 고교 와서 이런 복잡한 지문 읽으려고 하니 2, 3년 헤매다가 실패하는 것을 많이 봐왔습니다. 독해력도, 읽기에 필요한 기초체력도 뒤늦게 보강이 잘 안돼요. 자기가 관심 있는 분야만 골라 읽지 많고, 편식 없이 읽고, 읽은 뒤 또 다른 읽기 자료를 찾아 읽으며 지적호기심을 충족하는 것이 수능 국어영역에 필요한 배경지식을 쌓는 동시에 독해력을 키우는 길입니다.”

※<테스형! 국어가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시리즈는 6편으로 마무리 합니다. 보다 좋은 시리즈로 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에듀동아 김재성 기자 kimjs6@donga.com, 김수진 기자 genie87@donga.com 

출처: 에듀동아(http://edu.donga.com/?p=article;ps=view;at_no=20201110105618381453;titleGbn=;pag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