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DB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국어와 수학 가형은 다소 어렵게, 수학 나형은 다소 쉽게 출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능 직후 전년도 수능 수준과 비슷하거나 다소 쉽다는 평가가 우세했으나 실제 채점결과, 국어와 수학 가형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지난해보다 오히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이 같은 ‘2021학년도 수능 채점결과’를 2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발표했다.

○ 어려웠던 국어, 만점자 151명 뿐… 수학 가형 어렵고 나형 쉬웠다

평가원이 밝힌 주요 영역 채점결과를 보면, 국어영역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144점으로 전년도 140점에 비해 4점이 올라갔다. 평가원이 밝힌 1등급 구분 표준점수는 131점으로, 이를 토대로 산출한 원점수 기준 1등급컷은 88점이다. 전년도 수능에서 91점보다 무려 3점이나 내려간 것이다. 특히 국어영역은 만점자가 151명에 그쳐, 만점자 비율이 0.04％로 주요 영역 가운데 가장 낮았다. 이 같은 수치는 전년도 수능에서의 0.16％보다 크게 낮아진 것은 물론 ‘역대급 불국어’로 손꼽힌 2019학년도 수능(0.03％)과 비슷한 수준이다.

자연계열 수험생이 주로 응시하는 수학 가형의 경우 표준점수 최고점이 137점으로 전년도 134점보다 3점 상승했다. 반면 만점자 비율은 0.70％로 전년도 0.58％보다 상승했다. 이에 따라 만점자 수도 전년도 893명에서 올해 971명으로 늘어났다. 이 같은 결과는 수학영역의 최근 출제경향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로 읽힌다. 이른바 ‘킬러문항’으로 불리는 고난도 문항이 다소 쉬워지면서 만점자는 늘어났지만 준킬러 문항으로 꼽히는 중난도 문항이 늘고 어려워진 탓에 표준점수 최고점은 외려 상승한 것. 수학 가형의 1등급 구분 표준점수는 130점으로, 원점수 기준 1등급컷은 전년도와 동일한 92점이다.

반면 지난해 표준점수 최고점 149점을 기록하면서 어렵게 출제됐던 수학 나형은 올해는 다소 쉬웠던 것으로 확인됐다. 표준점수 최고점이 지난해보다 12점이나 내려간 137점으로 나타났기 때문. 만점자 비율도 0.53％로 전년도(0.21％)의 두 배를 넘어섰다. 1등급 구분 표준점수는 131점으로, 원점수 기준으로는 92점이다.

한편 절대평가로 실시된 영어영역의 만점자 비율은 12.66％로 매우 쉽게 출제됐다. 전년도 수능에서의 1등급 비율인 7.43％를 훌쩍 넘을 뿐 아니라 영어영역에 절대평가가 도입된 이래로 가장 높은 비율이다. 영어영역 1등급 인원은 5만 3053명에 달한다.

 
이 같은 수능 채점결과에 대해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인문, 자연계열 모두 국어영역이 입시의 핵심이 될 것”이라면서 “평이했던 수학 나형으로 인해 중위권 대학 중 수학 가, 나형을 모두 받아주는 모집단위는 유불리를 잘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한 학습 격차와 킬러문항이 쉬워지고 준킬러문항이 어려워지는 출제경향 등이 반영돼 올해 수능은 상대적으로 최상위권에게는 쉽고 중위권에게는 어려웠던 시험으로 추정된다”면서 “국어 변별력이 상대적으로 가장 높기 때문에 정시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과목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 수능 응시자 42만 명으로 ‘뚝’… 결시율 14.7％ 사상 최고

코로나 여파 속에 치러진 2021학년도 수능은 결시 인원과 결시율 모두 1994학년도 수능 시험 도입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평가원이 밝힌 2021학년도 수능 지원자는 총 49만 3433명으로, 응시인원은 42만 1034명이다. 수능 응시원서를 제출한 지원 인원에서 실제 시험에 응시한 응시 인원을 뺀 결시 인원은 7만 2399명으로, 결시율은 14.7％다.

가뜩이나 고3 학생 수 감소로 수능 지원인원 자체가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결시율마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함에 따라 수시 지원자 중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수험생은 등급 사수에 비상이 걸릴 전망이다. 전년 대비 주요 영역의 상위 등급(1~3등급) 인원은 각각 △국어 1만 3954명 △수학 가형 4848명 △수학 나형 8472명 △영어 1만 4694명이 감소했다.

○ 전체 응시자 약 30％ 졸업생, 정시에선 졸업생 강세 예상

한편, 학생 수가 감소하면서 응시 인원이 줄고 결시율이 높아진 가운데서도 졸업생 응시자 비율은 오히려 높아졌다. 2021학년도 전체 수능 응시자 42만 1034명 가운데 재학생은 전년 대비 5만 2649명이 감소한 29만 5116명, 졸업생은 전년 대비 1만 1054명 감소한 12만 5918명이다. 비율로는 재학생이 70.1％, 졸업생이 29.9％를 차지해, 전체 응시자 중 졸업생 응시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현행 수능 체제가 도입된 이래로 가장 높았다.

이는 학생 수 감소의 영향도 있지만 코로나19 사태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연초부터 불거진 코로나19 사태로 학교 개학이 연기되고 전면 원격수업이 실시되는 등 학교 수업을 통한 수능 대비에 여러 어려움을 겪은 재학생들이 수시 위주로 입시 전략을 꾸린 반면 대학가에 확산된 비대면 수업으로 입시에 재도전하는 졸업생이 늘어난 것.

이처럼 상대적으로 수능에서 경쟁 우위를 갖는 졸업생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곧 이어질 정시에서도 졸업생의 강세가 예상된다. 이만기 소장은 “전체 수능 응시자 중 졸업생이 차지하는 비중이 1.6％p 높아지면서 올해 정시에서 졸업생의 영향력은 여전히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에듀동아 김수진 기자 genie87@donga.com

출처: 에듀동아(http://edu.donga.com/?p=article;ps=view;at_no=20201222113523750269;titleGbn=;pag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