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DB

22일 발표된 채점결과로 본 2021학년도 수능은 일부 영역에선 까다롭다고 느끼기에 충분할 만큼 변별력을 갖춘 시험이었다. 최근 몇 년 간 수능에서 줄곧 수험생의 발목을 붙잡았던 국어영역은 올해도 어김없이 수험생을 가장 괴롭힌 영역이 됐고, 수학 가형도 전년 대비 어렵게 출제되면서 표준점수 최고점이 상승했다.  

반면 쉬운 과목도 있었다. 수학 나형은 아주 어려웠던 전년도 수능과 비교하면 표준점수 최고점이 10점 이상 내려갈 만큼 확연히 쉬웠다. 영어영역은 90점 이상인 1등급 인원이 전체 응시자의 12％를 넘겨 사실상 만점자가 10명 중 1명 이상이다.

그야말로 과목마다 희비가 엇갈리는 채점결과 속에서 내일(23일) 성적표를 받게 될 수험생은 어떤 정시 전략을 고민해야 할까.

○ 국어 잘 봤다면 이득, 수학 나·영어 변별력 ↓

2021학년도 수능은 전년도 수능과 비교해 국어와 수학 가형이 어렵고 수학 나형은 쉬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영어영역은 절대평가 도입 이래 가장 쉬운 수준으로 출제됐다.

국어영역의 등급별 분포 비율을 지난해와 비교해 보면 1, 2등급 비율이 모두 소폭 감소했다. 지난해 4.82％였던 1등급 비율은 4.40％로 감소했고 2등급 비율도 7.30％에서 6.92％로 소폭 감소했다. 표준점수 최고점도 지난해 140점에서 올해 144점으로 4점이 올라 국어 고득점자는 정시에서 더욱 경쟁력을 갖게 됐다.  

수학은 가, 나형에 따라, 즉 계열에 따라 난이도에 차이를 보였는데 자연계열이 주로 응시하는 수학 가형은 상위권 싸움에서 조금 더 변별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수학 가형의 2등급 비율이 전년도 수능의 7.11％보다 증가한 9.26％로 나타났으나, 1등급 비율은 전년도 수능의 5.63％보다 감소한 5.07％를 기록했다. 여기에 표준점수 최고점 또한 전년도 수능보다 3점 상승한 137점으로 나타나 1등급 구분점수와 표준점수 최고점 사이의 점수 차가 전년도 6점에서 올해 7점으로 확대됐다.

반면 인문계열이 주로 응시하는 수학 나형은 1등급 비율이 지난해 5.02％에서 올해 5.19％로 소폭 증가했고 표준점수 최고점 또한 전년도 149점에서 올해 137점으로 크게 낮아지면서 변별력이 크게 약화됐다. 여기에 절대평가인 영어 영역도 1등급 비율이 지난해 7.43％보다 크게 증가한 12.66％로 나타나 정시에서 큰 변별력을 갖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영어 1등급 인원수만 보더라도 전년 대비 1만 7257명이 증가했다.

○ 난이도 제각각 탐구, 변수 될 수도… 반영방법 잘 따져봐야

선택과목이 다양한 탐구영역은 과목별로 난이도에 차이를 보였다. 사회탐구의 경우 △생활과 윤리 △윤리와사상 △한국지리 △세계지리 △세계사, 5개 과목은 만점을 받아야 1등급을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점을 받아야 1등급인 과목이 3과목(△윤리와사상 △한국지리 △동아시아사)에 그쳤던 전년도 수능과 비교하면 사회탐구 영역의 전반적인 난도는 올해 다소 낮아진 셈. 이에 따라 원점수 1점 차이에도 백분위가 크게 하락하는 과목이 지난해보다 늘어날 수 있다.

과학탐구의 경우 전년 대비 다소 쉽게 출제되어 △물리학Ⅰ △지구과학Ⅰ △생명과학Ⅱ를 제외하고 1등급 비율이 모두 늘었다. 만점을 받아야 1등급인 과목은 지난해에는 화학Ⅱ 뿐이었는데 올해는 △물리학Ⅰ, 물리학Ⅱ 2과목이 해당된다. 특히 물리학Ⅱ는 1등급 비율이 지난해 4.19％에서 올해는 11.52％로 크게 증가했다. 반면 생명과학Ⅰ, 지구과학Ⅰ, 화학Ⅱ, 지구과학Ⅱ는 1등급 최고점과 1등급컷 표준점수 차이가 4점까지 벌어지는 등 다른 과목에 비해 다소 어렵게 출제됐다.

과목별 난이도가 제각각인 탐구영역은 점수 자체보다도 선택과목이 무엇인지에 따라 유․불리가 갈릴 수 있다. 예컨대 사회탐구 과목 중 사회‧문화는 만점자 표준 표준점수가 72점으로 가장 높은 지구과학Ⅰ과 만점자 표준점수가 62점으로 가장 낮은 물점수가 71점인데 반해 한국지리와 세계지리는 64점으로 7점 차이가 난다. 과학탐구 중에서는 만점자리Ⅱ 사이의 점수차가 10점에 이른다.

이와 같은 과목별 유․불리를 해소하기 위해 대학에 따라선 표준점수 대신 백분위에 의한 변환표준점수를 활용하기도 한다. 따라서 수험생은 본인에게 유리한 지표와 반영방법을 잘 탐색할 필요가 있다.

○ 상위권 변별력, 인문 낮아지고 자연 높아져

수험생에게 개별 성적 통지표가 배부되는 23일부터는 정시 지원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올해 수능은 국어와 수학 가형이 지난해보다 어렵게 출제되고, 수학 나형이 쉽게 출제돼 계열별로 표준점수 최고점과 1등급 컷 점수 차이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인문계열은 표준점수 최고점을 기준으로 국어, 수학 나형의 합산 점수가 281점으로 지난해 같은 기준(289점)보다 8점이 낮다. 여기에 두 과목의 표준점수 최고점 및 1등급 구분점수 간의 격차는 23점에서 19점으로 오히려 줄었다. 이는 학생들이 더 적은 구간에 몰려 있다는 뜻이다.

반면 자연계열은 국어와 수학 가형의 표준점수 최고점 합산점수가 지난해 274점에서 올해 281점으로 7점 상승했고, 표준점수 최고점과 1등급 구분점수 간의 격차도 지난해 15점에서 올해 20점으로 더 벌어졌다. 인문계열에 비해 상대적으로 줄 세우기가 더 잘 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인문계열 수험생은 1~3등급까지 표준점수 격차가 줄어들어 ‘소신(안정) 지원’ 대학을 선택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워졌지만 자연계열 수험생들은 1~3등급까지의 총점 기준 동점자가 줄어 정시 지원이 다소 수월해졌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인문계열은 상위권 대학의 국어, 수학 반영방법과 비율이 대체로 비슷하기 때문에 탐구영역 환산점수와 영역별 반영비율에 따른 유․불리가 최종 당락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자연계열 또한 어려웠던 국어가 중요한 변수가 되긴 하겠지만 수학의 등급 간 점수 차가 크고 탐구영역의 백분위 성적 역시 합격 변수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대학별 영역별 반영비율에 따른 본인의 유․불리를 잘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듀동아 김수진 기자 genie87@donga.com

출처: 에듀동아(http://edu.donga.com/?p=article;ps=view;at_no=20201222165133300856;titleGbn=;pag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