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DB

2021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 상위권에서 지난해 대비 국어의 변별력이 높아지고 수학 나형의 변별력이 낮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수능 성적표를 받아든 수험생은 이러한 채점결과의 특징을 반영해 본인에게 가장 유리한 전략을 찾아야 한다. 이치우 비상교육 입시평가소장의 도움을 받아 정시 지원 시 반드시 참고해야 할 올해 수능 성적의 특징을 소개한다.

○ 상위권, ‘국어’가 당락 가른다 

올해 상위권 정시 지원 전략의 핵심 지렛대는 국어다. 국어의 변별력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높아졌기 때문.  

올해 수능에서 국어의 표준점수 최고점(원점수 100점 만점)은 144점으로 지난해 수능에서의 140점보다 4점 높다. 수학 나형은 반대로 지난해 수능에서의 149점보다 12점이 낮아진 137점을 기록했다. 수학 가형은 표준점수 최고점과 1등급 점수 모두 지난해 수능에 비해 약간 높아졌으나, 큰 변화는 없다.

상위권의 변별력은 표준점수 최고점과 1등급 사이에서 존재한다. 간단히 말해 국어는 올해 수능이 지난해에 비해 변별력이 4점 높아졌고, 수학 나형은 변별력이 8점 낮아졌다고 볼 수 있다. 최상위권의 변화를 나타내는 지표인 영역별 만점자 수 또한 국어는 151명으로 지난해 777명에 비해 626명이 줄었다. 반대로 수학 나형은 1427명으로 지난해 수능의 661명보다 766명 늘어났다. 수학 가형의 만점자 수는 지난해에 비해 78명 증가했다.

한편 절대평가인 영어는 1등급(원점수 90점 이상) 비율이 12.66％로 지난해 수능에서의 7.43％에 비해 5.23％p 증가했다.

이치우 비상교육 입시평가소장은 “인문계열 뿐만 아니라 자연계열에서도 상위권 대학 학과의 합격 여부가 국어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영어가 1등급이 아닌 경우에는 영어 등급 간 구분점수를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별 수능 영역 반영 비율에 따라 영역별 중요도가 다르겠으나 대체로 인문계열은 국어 > 수학 > 사탐 > 영어 순으로, 자연계열은 수학 > 국어 ≒ 과학 > 영어 순으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 응시자 수 급감, 예년 입시결과보다 여유 가질 수도

응시자 수가 큰 폭으로 감소한 2021학년도 수능의 특징을 감안하면, 올해는 예년의 입시결과를 활용 시에도 유의해야 한다.

한국사 응시자 기준으로 지난해 수능 응시자 수가 48만 4737명이었으나 올해는 그보다 6만 3703명이 줄어든 42만 1034명이다. 전체 수능 응시자 수의 감소와 함께 영역별 수학 가/나형과 탐구 선택 과목 선택자, 제2외국어 선택자 수도 크게 줄었다.

이러한 응시자 수 감소는 성적 산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영역별 표준점수 최고점과 1등급 간 점수 사이에 존재하는 인원 수가 감소했기 때문. 올해 수능의 경우 표준점수 최고점~1등급 사이 인원은 △국어 4189명 △수학 가형 1678명 △수학 나형 2572명이 각각 감소했다.

이치우 소장은 “지난해 입시 기준으로 국어 1등급이 합격했다면 올해 수능에서는 국어가 1등급이 아닌 2등급 상위 점수라도 합격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2019 수능 대비 2020 수능에서도 응시자 수가 4만 5483명 감소했기 때문에 2020 수능과 2021 수능, 2019 수능과 2020 수능 응시자 수 변화에 주목해 지난 2년간의 입시 결과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 실채점 결과로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다… 지금부터 세운 전략이 ‘찐’

수능 성적표를 받은 수험생은 수능 이후 가채점 결과로 판단한 정시 진학 가능성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 가채점으로 확인한 원점수가 아닌 실제 수능 성적표에 기재된 표준점수와 백분위를 중심으로 본인의 경쟁력을 따져봐야 하는 것.

원점수 기준으로 100점 만점을 받으면 국어, 수학 가형, 수학 나형 모두 동일하게 100점이지만, 표준점수와 백분위로 환산하게 되면 크게 달라진다. 수학에 비해 국어의 표준점수 최고점이 높기 때문에 표준점수로 환산할 경우 수학에서 받은 원점수 100점에 해당하는 표준점수에 비해 국어 100점에 해당하는 표준점수의 영향력이 훨씬 커지게 된다.

점수대별로 비교해 보면 원점수 100점과 90점의 점수 차이는 10점으로 나타나지만 표준점수로는 국어는 11점, 수학 가형은 9점, 수학 나형은 7점으로 영역별로 달라진다. 국어는 원점수에 비해 변별력이 높아지지만 수학 가형과 수학 나형은 동점자가 더 많아 변별력이 낮아지는 것이다.

이런 점수 변화는 표준점수보다 백분위에서 더 크게 나타난다. 100점과 90점의 원점수 10점 차이는 백분위에서는 국어 3점, 수학 가형과 나형 각각 5점으로 원점수와 표준점수에 비해 동점자가 더 많아지고 변별력이 크게 줄어든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은 원점수 80점과 70점 구간에서는 다르게 나타난다. 원점수 10점 차이가 백분위 점수로는 국어 18점, 수학 가형 19점으로 더 크게 점수가 벌어진다. 이 때문에 백분위를 반영하는 대학 지원 시 이점을 반드시 유념해야 한다.

이치우 소장은 “가채점(원점수 기준)으로 본 진학 가능성은 잊어버리고, 23일 통지되는 표준점수/백분위 점수 기준으로 정시 진학 가능성을 새로 점검해야 한다”면서 “영역별 성적의 유·불리에 따라 가채점에서 점검한 진학 가능성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는데, 탐구 영역의 경우 선택 과목별 난도 차이로 유·불리가 발생하므로 대학에서 발표하는 탐구 보정점수까지 반영한 대학별 계산 점수로 최종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정시 지원, 1곳 최초합격 목표로 충분한 시간 들여 전략 세워야

내년 1월 7일부터 11일까지인 정시 원서접수 기간에는 가·나·다 군별로 1번씩 지원할 수 있다. 수험생은 군별 모집대학을 살펴 어떤 군을 최우선 목표로 할지 정하고 해당 군에 안정, 적정, 도전 지원 전략을 수립해야 나머지 군에 대한 지원 방향을 정할 수 있다.

정시에서는 추가 합격을 포함해서 3곳 모두 합격해도 1곳만 등록할 수 있기 때문에 3곳 모두 합격, 3곳 모두 불합격하기보다는 1곳에 최초 합격하고 나머지 1~2곳은 예비번호를 받고 추가 합격할 수 있게 지원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가·나·다군 지원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국·수·탐 합산 점수와 영어 등급을 기준으로 대략적인 진학 가능성을 점검하고 군별로 5~10개 대학을 고른 후 대학별 세부 정시 요강 정보를 분석하면 된다. 대학과 전공을 염두에 두면 선택지를 좁히는 데 용이하다.

지시모집 지원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정시 전략을 세우는 데 충분한 시간을 들일 필요가 있다. 자신의 수능 성적을 분석하고 목표 대학 학과의 수능 영역별 반영 비율, 수학 가형과 과학탐구에 대한 가산점, 영어 등급별 점수 등을 반영한 대학별 실제 계산 점수를 산출해 보면서 합격 가능성을 판단해야 한다. 이때 적어도 3~5곳의 입시 기관 점수를 비교해보는 것이 좋다.

이치우 소장은 “이번 정시모집에서 반드시 합격하고 다닐 것인지, 재도전을 감안해 상향 지원할 것인지를 지금부터 천천히 생각해두라”면서 “정시 지원 마감일에 임박해서 마음이 변하고 지원 목표가 흔들리면 처음 계획과는 다른 선택을 하게 되고, 최종 결과가 지원 목표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에듀동아 김수진 기자 genie87@donga.com

출처: 에듀동아(http://edu.donga.com/?p=article;ps=view;at_no=20201223084734526149;titleGbn=;pag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