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DB
 

2021학년도 수시 충원이 본격화됐다. 수시에 지원했지만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지 못한 수험생들이 내년 1월 5일까지 마지막 동아줄을 기다린다. 길지도, 그렇다고 짧지도 않은 운명의 닷새다.

일찌감치 수시 합격을 포기하고 정시 지원을 노리는 수험생이라도 수시 충원 결과는 눈 여겨볼 필요가 있다. 수시 충원이 마무리된 후 수시 미등록 인원이 확정되면, 해당 인원이 정시로 이월되며 정시 모집인원이 크게 요동치기 때문이다. 모집인원의 변동은 다시 경쟁률과 합격선에 영향을 미친다.

수시 미등록 이월 인원이 반영된 정시 확정 인원은 수시 충원 등록이 마무리되는 1월 5일(화) 이후에 나온다. 곧바로 1월 7일(목)부터 정시모집 원서접수 기간이 시작되니, 모집인원 변동에 따른 영향을 따져볼 시간이 넉넉지도 않다. 이에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의 도움을 받아 수시 이월인원에서 주요하게 살펴봐야 할 사항들을 짚어봤다.

○ 수시 이월인원, 지원 대학 자료만 확인하면 ‘반쪽’

2021학년도 전국 198개 4년제 대학의 정시 수능위주전형 선발인원은 7만 771명이다. 전체 모집인원 34만 7447명의 20.4％로 6만 9291명(19.9％)을 선발했던 전년도보다 1480명이 증가한 수치다. 이 가운데 서울 소재 상위 15개 대학으로 대상을 좁혀보면 정시 수능위주전형 선발인원은 전년도 대비 590명 증가한 1만 1539명이다. 전체 대학의 정시 모집인원 증가분의 3분의 1 이상이 서울 주요 15개 대학에서 발생한 것이다.  

[표] 서울 소재 주요 15개 대학 2018~2020학년도 정시 선발 계획인원 vs 확정인원

▲ 자료: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

하지만 최종 모집인원은 여기서 더 늘어난다. 최근 3년간 서울 소재 주요 대학 정시모집에서 전형계획상 인원과 확정 인원을 비교해보더라도 매년 대학마다 상당수의 수시 미등록 이월 인원이 발생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상위권 대학일수록 인문계열보다 자연계열에서 더 많은 수시 미등록 이월 인원이 발생한다. 자연계열 최상위권 수험생들이 의학계열로 빠져나가면서 연쇄 이탈이 발생하는 것이다. 실제로 2020학년도에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는 자연계열에서 각각 153명, 142명, 157명의 이월 인원이 발생했다.

수시 미등록 이월 인원에 따른 최종 모집인원의 증가로 인해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것은 정시 경쟁률과 합격선이다. 특히 상위권 대학의 정시 모집인원 증가로 인한 영향은 해당 대학에만 그치지 않고 그 아래 대학군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준다. 상위권 대학의 모집인원이 늘어나면 합격선보다 낮은 점수를 받은 학생이라 할지라도 좀 더 공격적으로 지원하게 되기 때문. 따라서 자신이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이나 모집단위의 인원 증가 여부만 확인할 것이 아니라 그와 비슷한 수준 및 상위 대학의 인원 변동사항까지 살펴야 수시 이월인원으로 인한 영향을 보다 입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올해는 학령인구 감소 등의 이유로 수시에 지원한 수험생 수와 수시 지원 건수 모두 크게 줄어든 만큼 상당수의 대학이 정시에서 더 많은 학생을 선발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올해 수능 결시율이 역대 최고인 13.17％를 기록했다는 점도 변수인데, 상대평가인 수능에서 응시 인원이 감소하면 등급별 인원도 줄어 수능 최저학력기준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교대, 최종 모집인원 확인해 지원 대학 결정해야

한편 수시 이월인원이 특히 중요한 대학 및 모집단위도 있다. 교대나 초등교육과를 목표로 하는 학생이라면 수시 미등록 이월 인원에 주목해야 한다. 교대 지원자들은 수시에서도 교대를 중심으로 지원하는 특성이 있어 중복 합격으로 인한 수시 미등록 이월 인원이 다수 발생하기 때문. 2020학년도만 하더라도 380명 이상의 수시 미등록 이월 인원이 발생했다. 올해 또한 이와 비슷한 규모의 인원이 이월될 가능성이 있다.

[표] 전국 교대(초등교육과) 2018~2020학년도 수시 미등록 이월 인원 증감 비교

▲ 자료: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

올해는 한국교원대가 다시 가군에서 정시모집을 진행한다. 이로 인해 이화여대에 집중됐던 가군 경쟁률이 분산되어 전체 합격선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나머지 11개 교대는 모두 나군에서 정시모집을 실시하는데, 이러한 구조적 특성 때문에 정시에서 교대를 지원하는 학생 대비 모집인원이 많아 합격 컷이 낮아지는 특성이 있다.

김 소장은 “교대를 목표로 한다면 반드시 이월 인원이 포함된 최종 모집인원을 확인한 뒤 전반적인 경쟁률 및 지원 흐름을 주시하는 가운데 지원 대학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수시로만 뽑는 학과도 정시 기회 열린다

정시로 학생을 선발하지 않는 모집단위에서 수시 미등록 이월 인원 발생할 가능성도 함께 살펴보자. 일부 대학은 수시 모집만 진행하는 모집단위에서 미충원 인원이 생길 시 이를 정시로 이월하기도 하므로 자신의 관심 모집단위가 이 경우에 해당한다면 최근 3~4년 동안의 이월 인원 현황 및 경쟁률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대의 △자유전공학부 △인류학과 △언론정보학과 △통계학과 △에너지자원공학과 △사범대 일부 학과(교육학과‧독어교육과‧불어교육과‧윤리교육과) 등은 수시모집만 실시하는 모집단위이다. 하지만 2020학년도의 경우 이들 모집단위 대부분에서 수시 미등록 이월 인원이 발생해 최초 계획과 달리 정시에서도 학생을 모집했다. 인기학과 중 하나인 자유전공학부는 매년 2~4명 이상의 이월 인원이 발생하므로 정시로 서울대 지원을 노리는 최상위권 학생들은 관심을 가지면 좋다.

단, 이러한 모집단위의 경우 대부분 충원 규모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합격 가능성을 엄밀히 따져 보고 전략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에듀동아 김수진 기자 genie87@donga.com

출처: 에듀동아(http://edu.donga.com/?p=article;ps=view;at_no=20201231110714555332;titleGbn=;pag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