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생각을 바꾸면 아이의 사고방식이 바뀐다

ㆍ조승연모자의 생각 바꾸기 교육법

이정숙씨의 큰아들은 미국 미시간대 건축과와 대학원을 수석 졸업하고 현재 뉴욕의 파킨스 이스트만 건축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둘째 아들은 뉴욕대 스턴 비즈니스 스쿨과 줄리아드 음대 야간 과정을 동시에 다닌 후 에콜 뒤 루브르에서 미술사를 공부했으며 7개 국어를 구사한다. 여기까지 들으면 다들 원래 머리가 똑똑한 아이였던 게 분명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중학교를 다닐 때까지 성적은 중간 정도였으며, 거기에다 친구들의 따돌림을 당하기도 했으며 컴퓨터 게임에 빠져 지내던 외로운 소년들이었다고 한다. 이 수긍하기 힘든 이야기를 이정숙ㆍ조승연 모자의 교육법과 공부법을 통해 확인했다.

ㆍ똑똑한 아이로 키우는 엄마의 생각 바꾸기

KBS 아나운서 출신이자 현재는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이정숙씨가 두 아들을 키운 이야기는 제대로 엄마 노릇을 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새삼 깨닫게 한다.

예를 들면 길에서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는 아이에게 "네가 돈 벌어서 사가지고 집에 와"라며 손을 뿌리치고 돌아설 수 있는 배짱도 필요하지만 한편으로는 몇 시간씩 게임을 하고 귀가한 아이에게 "재밌었냐?"라고 물을 수 있는 인내심과 이해심도 있어야 한다. 많은 엄마들이 두려워하는 아이의 왜?라는 질문에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반응도 보일 줄 알아야 하며, 한창 공부해야 할 중학교 2학년인 아들이 007시리즈에 빠져 있을 때, 007 전집을 선물할 만큼 쿨할 줄도 알아야 한다. 다섯 살 때부터 수영을 가르치고, 초등학교 3학년 때 컴퓨터학원(그 당시 8피트 컴퓨터였단다)에 보낼 만큼 열성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강요나 간섭 없이 아이들 스스로 해낼 수 있도록 만드는 스킬도 겸비해야 한다.

사례별로 대처법을 논하자면 한도 끝도 없다. 아이의 행동은 늘 예상을 벗어나는 일이라 그동안 숙지해온 모범 답안을 미처 떠올리기도 전에 엄마의 본성이 먼저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에게 화내고, 잔소리를 한 후에야 아! 이게 아니라 저렇게 대처했어야 했는데…라며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정숙씨는 엄마의 생각을 리셋해야 한다고 말한다.

"직장을 다니면서 아이를 키우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적당한 거리를 두게 되더라고요. 엄마의 인생과 아이의 인생을 독립적인 영역으로 인식하고 나면 의외로 쉽게 해답을 찾을 수 있죠. 아이를 위한 엄마의 희생을 아이도, 엄마도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이 문제예요. 적당한 시기가 될 때까지 사리 분별력을 키워주고, 그 다음부터는 아이의 인생을 존중해주면 아이가 스스로 옳은 길을 찾아가게 돼 있거든요."

말하자면 아이를 위한 엄마의 희생적이고 완벽한 뒷바라지가 오히려 아이의 앞길을 막는다는 뜻이다. 자식을 치열한 경쟁 시대에서 인정받는 훌륭한 인재로 기르려면 자식의 태도가 다소 위험해 보이고 미덥지 않아도 가급적 스스로 깨지고 다쳐보도록 멀리서 지켜보다가 결정적 순간에만 방어해주는 의도적 방치의 자세를 갖는 것이 좋다.

아이와 거리를 두고, 멀리서 지켜본다는 게 말이 쉽지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 것이 사실이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이정숙씨는 다섯 살 된 아이를 수영장에 보내면서 한 번도 수영장 안으로 따라 들어간 적이 없었다. 늘 문 앞에 아이를 내려놓고 자신의 업무를 본 후 끝나는 시간에 맞춰 아이를 데리러 갔다는 것이다. 그것도 거리가 멀어서 바래다줬지, 가까웠으면 혼자 보냈을 거란다. 아이가 어리면 아주 당연하게 엄마가 샤워장에 따라 들어가 씻고, 옷 갈아입는 것을 도와주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다. 이것은 아이의 모든 것을 챙겨주고 싶어서가 아니라, 아이를 수영장에 혼자 보내는 것이 위험하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 아이가 수영장에 간 첫날, 수영복이 엉덩이에 껴서 낑낑거리는 모습을 보고 다른 엄마들이 "어떻게 애를 혼자 보내느냐"라며 따져 묻기도 했단다.

"아이들이 할 수 없는 게 아니라, 할 수 있는데 엄마가 도와주기 때문에 안하는 거예요. 그렇게 아이를 키우다 보면 작은 일에도 엄마를 찾게 되거든요. 아이는 시도 때도 없이 엄마를 부르고, 엄마는 당연하게 당장 달려가야 할 존재가 되는 거죠. 엄마도 하나의 인격체라는 것을, 엄마에게도 엄마의 생활이 있다는 것을, 또 엄마의 시간도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시켜야 무엇이든 스스로 할 수 있는 아이로 자라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이정숙씨는 탈의실에 따라 들어가는 대신 집에서 수영복 입는 법을 연습시켰다. 아이의 인생을 주체적인 것으로 인정하려면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도록 의도적으로 방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냥 내버려두면 알아서 해요.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숙제를 안 하고 놀기만 하기에 그냥 내버려뒀어요. 학교에서 선생님께 몇 번 혼나보면 정신을 차리거든요. 남자 형제다 보니 처음에는 둘이서 무척 많이 싸웠는데, 그래도 내버려뒀어요. 그건 두 사람의 문제니까 둘이서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했죠. 아이들에게 일어나는 모든 문제를 엄마가 해결하려고 하면 아이들은 점점 무능력해져요. 갖고 싶은 것, 해보고 싶은 것을 금세 다 해결해주지 않고 약간의 결핍을 느끼게 하면 자립적 사고를 길러줄 수 있어요."

이 같은 의도적 방치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선행해야 할 일이 있다. 인격이 형성되는 5, 6세가 될 때까지 올바른 사고방식과 사리 분별력을 길러주는 것이다. 이러한 것은 부모의 평소 생활을 통해 아이들에게 가정교육으로 전해진다. 가정교육은 부모의 일상적인 생활 태도와 말투, 사고방식에서 큰 영향을 받는다.

"아이를 오롯이 사랑해주되, 오냐오냐하지 말아야 해요. 안 되는 일에는 단호하게 안 돼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하죠. 감정을 싣지 않고, 객관적으로 안 돼라고 하는 거예요. 이를 통해 옳고 그름이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줘야 합니다. 도덕심을 키워주는 것만큼은 주입식 교육이 돼도 상관없어요. 거짓말하는 것,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 등은 이유 불문하고 무조건 안 되는 일,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도 부모가 알려줘야 해요."

ㆍ세상의 중심에 선 인재 만들기

기자는 이정숙씨에게 "운이 좋았던 것 아닌가?"라고 질문했다. 의도된 방치의 교육법으로 인해 자칫 어긋난 아이로 자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모가 간섭하지 않기에는 세상에 너무도 많은 유혹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게임이고, 이성친구나 사회관이 잘못 형성된 친구 등에 빠져 잘못된 길로 들어설 수도 있다. 어쩌면 두 아들 모두 번듯하게 키울 수 있었던 것은 좋은 인성과 재능을 타고난 아이들이었기에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

"흔히 사자교육법이라고 하죠. 그런 교육법을 따르다 보면 아이가 도태될 수도 있죠. 그런데 인간은 사자와 달라서 아이가 도태되는 것은 어느 정도 성장이 이뤄진 다음이거든요. 그렇다면 그 성장 과정에서 부모가 잘못 키웠다는 뜻도 돼요. 기본이 제대로 된 아이들은 게임에 빠지거나 질 나쁜 아이들과 어울려도 결국엔 자기 자리에 돌아오게 돼 있어요."

이정숙씨는 첫째 아이가 중학교 3학년 때, 둘째 아이가 중학교 1학년 때 자신의 공부를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들과 함께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아이들은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고, 낯선 언어를 터득하지 못해 헤맸다. 그런 두 아들이 어울릴 수 있는 친구들은 목에 쇠사슬을 친친 감고 거리에서 어슬렁거리는 문제아들뿐이었다. 그것도 열 명이 넘는 덩치 큰 친구들과 어울리는 두 아들의 모습은 위태로웠다. 그래도 그녀는 동요하지 않았다. 자기 앞가림은 스스로 할 수 있게 키웠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보니까 두 아들이 그 아이들을 일렬로 세워놓고 태권도를 가르치는 거예요. 그러면서 태권도는 때리는 무술이 아니라, 정신의 도(道)라며 쇠사슬을 풀게 했죠. 학교 교장선생님이 놀랄 정도였어요. 나쁜 것을 만나도 나쁜 것에 흡수되지 않고 긍정으로 끌어올 수 있었던 거죠. 나쁜 것에 끌려 들어간다는 것은 나쁜 것을 더 재미있다고 느끼는 건데, 그건 아이를 처음부터 잘못 키웠다는 거예요."

이정숙씨의 둘째 아들, 조승연씨도 어머니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처음에는 재미있었어요. 그런데 두어 달 어울리다 보니 이건 아닌데… 싶었죠. 그렇게 서너 달이 지나면서 꺼림칙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어요. 어렸을 때 형성된 사리 분별력 때문에 잘못된 행동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거예요. 결국 제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깨닫게 된 것 같아요."

조승연씨는 "어머니가 저를 잘 키운 덕분에 세계 유수 기업에서 스카웃 제의를 받는 사람이 됐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어머니를 통해 받